[인생3막 기업]늙으면 여행도 못 다닌다고? 노약자 맞춤 관광 제공하는 '어뮤즈트래블'

박유진 2023. 11. 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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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

"노부모와 함께 가는 여행을 흔히 '효도 관광'이라 부르잖아요. 당장 우리가 떠올리는 효도 관광은 자식이 부모님에 일정을 맞추고 돌보느라 고생하는 이미지입니다. 자식도, 부모도 불편할 수밖에 없죠. 어뮤즈트래블은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양쪽이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습니다."

스타트업 '어뮤즈트래블'은 나이와 신체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여행 기업이다. 특히 노부모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가는 젊은 세대가 '돌봄노동'만 하다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따로 케어 인력을 제공해준다. 이 케어 인력은 사회복지사나 활동 보조인, 혹은 가이드로 이뤄져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만난 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43)는 "기존 여행사들은 표준화된 건강한 성인에 맞게 여행 상품을 만들어 제공하는데, 어뮤즈트래블은 개별 고객의 신체적·정신적 특징에 맞춰 상품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어뮤즈트래블의 사업모델을 소개해달라.

▲노인, 영유아 동반가족, 장애인 등 관광 약자에 특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어르신돌봄 여행, 아이돌봄 여행, 장애 유형별 맞춤 여행 등이 있다. 시니어 관련 상품으로는 노인만 모아서 여행을 보내주는 상품도 있고, 노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상품도 있다.

-창업 전에 어떤 일을 했나. 무슨 계기로 창업했는지 궁금하다.

▲2016년 10월 법인을 설립해 올해 창업 7년이 넘었다. 대학 때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이후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부터 비즈니스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 중견기업 기획실에서 6년 정도 근무했다. 그러다 직장에 소속돼서 근무하는 생활의 한계를 느꼈고, 개발도상국에서 봉사 사업을 했다. 2008년 당시에는 사이클론 사태로 인구 1/3이 죽은 미얀마 현장에도 찾아갔는데, '쓰레기 마을'이라 불리는 곳에서 후천적 지체장애인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으며, 이후 교회에서 관련 봉사활동과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여행할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행이 주는 심리적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에,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도 돈을 많이 지출하고서라도 떠나고 싶어하더라. 이 부분을 공략해 사업으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노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어뮤즈트래블의 여행상품은 어떤 점에서 차별화돼있나.

▲우리 여행의 핵심은 노약자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맞는 여행상품을 제공한다는 거다. 그리고 노부모의 시간과 노부모를 모시고 가는 가족의 시간을 분리해서 가족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우리 상품을 이용하면 둘의 여행 프로그램을 중간에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가 스킨스쿠버 체험을 하는 도중에 노부모는 걷지 않는 코스로 드라이브 투어를 가는 방식이다.

-매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재작년에 6억원, 작년은 10억원을 넘겼고, 올해는 20억원 이상이다. 꽤 빠른 성장 속도라고 생각한다. 재구매율도 30% 정도로 높게 나오는 편이다. 한 번 우리 상품을 경험한 고객은 6개월~1년 사이에 한 번 더 구매하더라. 지난 6년간 4만명 가까이 되는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 중에서 올해만 1만5000명이 우리를 찾았다.

-B2G(정부와의 거래) 비중이 높을 것 같다.

▲그간 용역사업을 많이 해왔다. 정부 예산을 받은 기관이나 지자체의 취약계층·노약자 중심의 사업을 여럿 수행했다. 그러면서 관광약자를 다루는 방법을 담은 우리만의 '바이블'도 만들었다. 역량이 높아져서인지 올해부터는 B2C(소비자 개인과의 거래) 매출도 커졌다. 작년에는 1억이 안 됐는데 올해는 5억 정도 기록했다.

-투자 유치 계획이 있는지.

▲지금까지는 시드 투자를 받았고, 이제 프리A 단계 투자를 받으려고 한다. 매출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더 큰 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 잘하지 못했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고도화와 마케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차피 단기 BEP(손익분기점)도 넘겼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먹고 사는 게 문제는 아니다. 내년쯤에는 노부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족 여행 회사로 알려지고 싶다. 돈도 중요하지만, 사업모델 고도화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나고 싶다.

-어뮤즈트래블의 시니어 가족 돌봄 케어 관광 상품을 이용한 고객들의 피드백은.

▲거동이 어려운 연로한 어머님을 둔 여성 고객이 있었다. 어머님이 너무 힘들어하고 삶에 대한 의욕이 점점 떨어지셔서 리프레시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간 모은 돈을 들고 와서 "좋은 곳에 한 번 여행 보내드리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둘을 우리 케어 인력과 함께 하와이에 보냈다. 그 후에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어머니와 함께한 하와이 여행에 대한 추억이 생겨서 정말 행복하다며 따로 선물까지 보내줬다. 그 피드백을 받았을 때 무척 보람을 느꼈다. 사람이 살면서 다양한 쾌락을 느끼지 않나. 그중에서도 여행하면서 느낀 쾌락은 그 만족감의 기간이 길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면서 즐거워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하는 사업이 지속가능한 수요와 사회적인 가치를 지닌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장단기 목표가 있다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웹·앱 서비스 고도화 개발을 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싶다. 또, 지금은 국내 여행 상품 위주지만, 국외 여행 상품도 본격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연로해서 신체적·정신적 핸디캡(어려움)이 있는 부모를 모시는 고객들이 최근 장기간의 해외여행 상품을 많이 찾더라. 먼저 동남아 지역 일부를 중심으로 상품을 마련해볼 예정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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