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퇴직 이후의 삶, 사업가로 성공하려면
지난주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 2023’가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아랍에미리트)에서는 대규모 사절단이 방한하고 독일, 미국 등 총 37개국에서 참여한 글로벌 행사였다. 개발도상국에서 창업하기, IPO(기업공개) 성공 스토리, 투자자와 창업가의 만남과 같은 다채로운 기획이 준비됐다. 창업과 관련된 모든 주제가 등장했고, 열기 또한 뜨거웠다. 특히 행사 마지막 날, 중장년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졌단 점이 주목할 만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촘촘한 청년 창업지원 정책이 만들어졌다. 이와 비교하면, 중장년 창업 지원 정책은 거의 없었다. 만 34세 혹은 만 39세로 나이 제한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외됐다. 뿐만 아니라 인식의 제약도 있었다. 창업 생태계에서 초기 투자자인 벤처캐피탈 중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할 수 있으려면 오로지 청년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 보니, 벤처자금도 기대할 수 없었다. 시니어세대는 오직 투자자로 청년창업 자금을 지원하거나 멘토링 역할만 기대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Don’t Trust Your Gut)’라는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책에 따르면, 젊을수록 창업에 유리하다는 것은 잘못된 통념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는 명확한 공식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전문지식과 인맥을 쌓으면서 한 분야에서 성공을 입증한 다음, 중년의 나이에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업가 270만명에 대해 연구를 했더니, 평균 41.9세에 창업을 했다. 순수익과 생존기간 등을 분석했더니, 2가지 시사점이 있었다. 첫째는 60세 창업가가 가치있는 회사를 만들 확률이 30세 창업가보다 3배 높았다. 둘째는 회사에서 직원으로 성공했던 사람들이 창업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다. 애플의 ‘잡스’나 페이스북의 ‘저커버그’처럼 경력이 적고 젊은 나이에 창업하는 경우 성공은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아마존의 ‘베이조스’처럼 조금이라도 더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성공이라는 길고 따분한 과정 중에서 회사에서 성과를 내고 승진을 거듭한 경험, 기술과 지식을 갖추며 그동안의 네트워크와 벌어놓은 돈을 활용하는 경우’가 사업의 성공에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컴업 행사의 퓨처 토크(Future Talk) 세션인 ‘50대는 창업하면 안되나요?(Is it too late for me to start at 50?)’는 의미있는 시도였다. 사회적인 변화로 수명은 길어졌고, 퇴직은 빨라졌다. 50세 전후 시니어 창업자들은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생계 문제와 인간으로서의 성장·발전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선배 창업자의 조언으로 패널인 ‘캠핑톡’ 최종석 대표는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해도 실제 일이 닥치면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되니 반드시 미리 같은 업종에 가서 허드렛일부터 해보고, 철저하게 공부하라고 했다. 또 다른 패널인 ‘딥플랜트’ 김철범 대표는 청년 창업가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다 보면, 정보나 트렌드도 얻고 서로 의지가 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 '시니어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데, 아직 시니어 창업은 활성화되지 않는 데 대해 어떤 정책적, 사회적 지원이 좋을지'라는 질문에는 “중장년을 위한 특화 창업 교육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청년처럼 통합된 전반적인 과정보다는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핀셋 지원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2022년 산업연구원의 ‘시니어 기술창업 실태와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참고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 기술창업자(제조업, 제조 관련 서비스업, 지식 서비스업 분야 40세 이상 창업자)들은 대부분 회사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평균 47.3세에 창업을 결심하고 실제 실행은 50.3세에 했다. 창업에 대한 애로사항으로는, 창업자금 확보 어려움(42.3%), 판로 확보와 안정적 수익에 대한 불안감(25.2%), 보유지식 및 기술의 사업화 연계에 대한 어려움(14.9%),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15.3%)이었다. 나름 연륜을 갖춘 창업이었지만, 회사에서 조직이 갖춰진 상황과 밖은 다르다. 퇴직금을 쏟아붓고, 부부가 뛰어들었지만 사기꾼도 만나고, 온갖 고난과 고생을 겪은 이야기도 있었다. 전문성이나 노하우가 있더라도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창업은 꼭 젊어서 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는 평균적으로 만 49세에 퇴직하게 된다. 재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정년퇴직 연령은 만 60세다. 어차피 근무할 수 있는 나이는 한정적이다. 그래도 지금 창업을 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은가 하고 고민할 수 있다. 체력도 점점 달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만큼 일지 상상해보자. 이런 토론들이 실질적으로 다가올 시니어 창업시대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가에 대해 준비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막무가내로 창업하란 소리가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인맥을 활용하면서 밑바닥부터 두들겨보고, 맞춤형 교육도 참여하며 성공 확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시니어를 위한 길을 찾는 ‘패스파인더’의 김만희 대표가 항상 하는 말에 공감한다. “시니어가 사회의 ‘짐’이 아니라 ‘힘’이 되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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