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신도시 특별법으로 탄력 받나 [尹정부 민생현안]
'배현진·김정재·유경준' 개정안, 국토위 계류
1기 신도시 재건축 위해 "'재초환 개정' 필수"
목소리…내달 6일 내 결론 못내면 자동 '폐기'
재건축의 발목을 잡아온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안이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과 함께 국회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수도권 표심을 겨냥하기 위해 경기 일산·분당 등 노후화 도시의 재건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재초환 개정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관건은 개정안에 담길 재초환 개편 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22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에 열릴 국토위 법안소위에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김정재 의원과 유경준 의원이 낸 법안 등을 포함한 3개 법안이 함께 논의된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등 개발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최대 50%까지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하는 제도다. 건물을 부수고 다시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분담해 내야 하는 돈인 분담금에 차익을 보게 될 경우 또 돈을 내야 하는 만큼 재초환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특히 재초환은 지난 2006년 제정된 이후 부과율 산정기준이 주택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배 의원은 해당 법안에 1주택 장기보유 실소유자에 대한 세제 경감제도를 도입해, 투기 목적이 없다면 소유 기간별로 조합원이 부담할 재건축부담금의 50%를 감면하는 내용의 재초환법 개정안을 내놨다. 적용대상은 1세대 1주택자로 개시 시점 부과 대상 주택의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그 보유 기간 중 거주기간이 5년 이상인 조합원이다.
또 부담금 부과개시 시점을 기존 추진위원회 설립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변경하고 부과 기준을 주택가격 상승을 반영한 하한 금액을 상향한다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기존 3000만원인 하한 금액을 주택가격 상승을 반영해 1억원으로 조정하고 2000만원마다 상향되는 누진부과율 또한 3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반영됐다. 재건축부담금부과에 따른 재건축 사업의 중단 및 지연을 방지하고 초과이익 환수제도로 인한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 증가 및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윤석열 정부가 민간주도 성장을 강조한 만큼, 국회에서도 시장에 주도권을 줄 수 있는 규제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이 낸 재초환 개정안에는 부담금 면제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구간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배 의원과 김 의원의 안을 반영해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실행되지 못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감면 폭이 과도하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부과기준과 부과구간, 재건축 부담금 부과개시 시점 등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1억원까지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주장하며 면제금액 1억원을 8000만원으로 낮추고, 7000만원 단위인 부과 구간도 5000만원 단위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올해 6월 면제금액 1억원은 그대로 유지하되, 부담금 부과구간을 부과요율에 따라 7000만원부터 4000만원까지 차등 적용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1주택자에 대한 감면을 당초 정부안인 10년 이상 보유자에 대해 최대 50%를 감면하는 안에서 20년 이상 초장기 보유자에 대해 60%로 확대 적용하도록 수정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초환 개정안의 국회 계류는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민주당·정의당 등 야권에서 재초환 개정 완화 기준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재초환법 후퇴에는 반대한다. 다만 현실을 반영하는 정도에서 합리화는 가능하다"면서도 "1억원이면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사람이 3년을 일해야 벌 돈이다. 국민적 박탈감이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재초환 개편안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분당·일산 등 노후된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연내 처리 가능성이 부상한 게 도화선이 됐다. 그 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논의에 미온적이었던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챙기기 위해 특별법 통과를 공언한 만큼, 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던 재초환 개정 역시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회 국토위 소속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구청에서 조합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부담금 예정액을 통보한 단지는 총 40곳으로 지난해 6월말 28곳에서 대비 12곳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부담금 예정액도 작년 6월말 기준 1조5000억원에서 올해 8월말 2조6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어난 상태다.
따라서 서울에서만 재초환으로 인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1조원 넘게 늘어나 이를 완화하자는 논의를 민주당이 거절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안을 가로막아 재건축 추진이 더뎌질 경우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초환 개정안이 오는 22일과 29일, 12월 6일로 예정된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들 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토위와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는데, 다음달 6일 안으로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년 총선 정국으로 돌입하는 여야가 상임위, 본회의 일정을 잡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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