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강제하차 주진우 "단칼로 내리치는 느낌, 진짜 쿠데타 같았다"
[신상호, 권우성 기자]
▲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강제하차 당한 주진우 기자. |
ⓒ 권우성 |
13일 오전 9시, 여느 때처럼 라디오 방송 <주진우 라이브>를 위해 KBS에 출근하던 주진우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KBS 라디오 신임 간부의 '하차 통보' 전화였다. 그 간부는 주 기자에게 'KBS에 오지 마라, 방송은 끝났다'고 통지했다.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할 기회를 달라'는 주 기자의 간절한 요청도 단칼에 거절당했다.
주 기자는 "순간 멍했다"고 했다. KBS 주차장에 막 도착한 그는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2020년 5월부터 3년 6개월간 이어온 KBS '주진우 라이브'는 그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금요일, '주진우 라이브' 방송 끝머리에서 그가 했던 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청취자와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15일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서 만난 주 기자는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짤린 지 이틀"이라는 말을 반복했고, 라디오 이야기를 꺼낼 때는 눈가에 잠시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주 기자는 "무지하고 무례한 시대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라며 말을 꺼냈다. 강제 하차에 대해 주 기자는 "당장 오지 말라는데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며 "(지난해 말 TBS 라디오 하차할 때) 그때는 숨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단칼로 내려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민 사장이 정치적 편향을 지적해왔다는 말을 꺼내자 주 기자는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박민(사장이 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쓴) 글을 보라, 윤석열은 '어벤져스', 이재명은 '타노스'라고 얘기하면서 한쪽 진영에 발을 담그고 훈수를 뒀다"라며 "그 사람(박민)이 하는 말은 윤핵관을 어벤져스라고 안했다고, 편향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박민은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기자는 역대 보수 정부의 언론 정책을 "이명박 정부 때가 가장 후졌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에선 그 후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YTN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 당시 구상들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주 기자와의 일문일답.
▲ 주진우 기자. |
ⓒ 권우성 |
- 1년 새 두 번의 강제 하차를 겪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2월 TBS 라디오, 이번에는 KBS 라디오다. KBS 하차는 좀더 과격하게 이뤄졌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TBS의 경우 돈줄을 말려서 방송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숨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단칼로 내리치는 느낌이다. 쿠데타 같다. 진짜로 그냥 쿠데타 같다. 이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은 예감했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그리고 법도 어겨가면서 무리할 이유가 있었나 이런 생각은 계속 든다. 프리랜서지만 라디오 하차 한달 전에는 통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지금 '특집'이라고 붙여 놓으면서 꼼수를 쓰는데 자기네들(KBS간부)도 다 안다. 법을 어겼다는 걸. 지난주 금요일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얘기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이니 한마디는 하고 싶었다. 그 얘기를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 정확하게 하차 통보를 받은 시점이 언제였나?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다. 부족한 진행자여서 KBS에 일찍 가서 준비도 하고 공부도 한다. 9시쯤 KBS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그때 전화가 왔다. 라디오 간부라는 사람이 자기가 발령을 받았다면서 '오지 말아라, 너의 방송은 끝났다' 이런 얘기를 했다. 사장의 뜻에 의해서 특집 방송으로 대체될 거니까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차를 돌려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그간 라디오 프로그램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편향성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 제재를 많이 받았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 주진우 기자. |
ⓒ 권우성 |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박민 사장(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쓴 사설) 글을 보라. 그게 편향이다. 윤석열은 '어벤져스', 이재명은 '타노스'로 묘사하면서, 한쪽 진영에 발을 담그고 계속해서 훈수를 둔다. 나중에 보면 '나 그쪽으로 가고 싶다'는 추파다. 그래서 사장도 된 거 아닌가.
기레기, 기레기 하는데, 정치 쪽에 편향돼 한발을 담그고 편향적인 글을 쓰다가 자리 얻어 가는 사람들이 전형적인 기레기다. 이 사람은 윤핵관을 어벤져스라고 안했다고, 그걸 편향이라고 얘기하는 거다. 이 사람(박민)은 저널리스트,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사과는 그 사람이 해야지, 왜 KBS가 (대국민) 사과를 하나."
- 박민 사장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휴가를 가셨으면 좋겠다. 언론의 자존심을 짓밟고, 언론이 해야 할 역할과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언론에 대한 타노스(파괴자) 역할이다. 그런데 자기가 칼을 휘둘러야 인정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아무 것도 말고 휴가 갔으면 좋겠다."
- 사실 주진우 기자가 보수 정부 입장에선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이명박과 이명박 주변 사람들이 잘못하는 기사, 박근혜가 잘못하는 기사를 썼다. 권력의 잘못된 점,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기자였다. 그런데 부정부패한 세력들이 다시 복귀해 나를 편향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나를 빨갱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박근혜 주변 인물을 문제 제기하니 그때는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지금은 (라디오 프로그램 강제 하차 등을 통해) 숨통을 말려 죽이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 공격, 고소고발에 이어 밥줄을 끊는 걸로 진화하는 것 같다."
▲ 지난 10월 2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
ⓒ kbs |
- 보수 정부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자세를 평가하면?
"이명박 정부가 가장 후졌다. 윤석열 정부 때는 '이명박 정부의 후짐'이 더 구체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막 밀어붙이다만 것들, 그때 생각을 지금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명박 측근들이 정권 바뀔 때마다 왔다갔다 골치아프니 방송사 다 민영화 시켜서 우리 편 만들겠다는 취지로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녔다.
말도 안 되는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해서 지금 완성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 YTN 사영화도 그렇고, KBS도 그렇다. 모든 언론을 마비시키는 게 목표처럼 움직인다. 언론이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들, 혹은 독재자들은 지금까지 비참한 말로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도 그 길을 가고 있다."
- 현 정부 들어 언론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비판하는 언론사도 많지 않고, 시민들도 예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기자들, 언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타깝다. 이동관 패거리가 약한 고리, (기자를 업으로 하는) 생활인들의 약한 고리를 잘 파고들고 있어서, 저널리즘이 계속 위기의 늪에 빠지는 것 같다. 이래라 저래라 할 위치도, 능력도 안 되지만 이 얘기는 남겨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자고 기자 하겠다고 한 거 아니지 않나, 세상이 조금 나아지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기자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 초심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면 그 답은 명쾌하다. 깡패들이 어린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옆에서 소리도 지르고 누구는 신고를 해줘야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은 그 깡패들이 나한테 왔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이동관이 하는 일, 우리(기자)가 잘못됐다고 써야 한다."
-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
"아직 경황이 없다, 기사 쓰고 싶은 생각은 많다. 사실 이명박(정부 시절 인사들)이 다시 돌아오리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대로 다 돌아왔다. (그들에게) 제가 쫓기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를 배경으로 이동관, 김효재 등 이명박 정부 때 있었던 사람들 사진을 채우고, 가운데 이명박 사진 대신 윤석열 대통령을 채워넣으면 다 똑같아진다. '(각 인물마다) 커버 스토리가 15개씩 있다, 이거 써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조금 있다."
-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는가.
"나는 말을 잘 못한다. 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펜 기자였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성실하게 살았다. 항상 방송 3~4시간 전에 와서 신문을 다 읽었다. 3년 반 동안 진행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도 했고, 다른 의견을 가진 청취자들과 호흡하고, 얘기를 들으면서 진행자로서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 그렇게 열심히 성실히 살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 지금 당장 라디오를 진행한다면 어떤 사람을 초대석에 부르고 싶나.
▲ 주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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