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미국 女축구 히딩크 될까…'역대급 연봉' 女감독 승부수

전수진 2023. 11.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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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감독 엠마 헤이스가 지난 3월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자 축구의 최강국인 미국에 올해는 악몽이었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네 번이나 들어올렸던 팀이지만 올해엔 16강에서 탈락했다. 패배 약 석 달 후인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축구협회는 새 지도자 선임을 발표했다. 영국인 엠마 헤이스(47) 감독이다. 미국축구협회는 "헤이스는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 연봉을 받는 여자축구팀 감독이 될 것"이라 발표했다. 그가 받는 연봉의 정확한 액수는 15일 현재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저 160만 달러(약 20억 8700만원)이 될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NYT)ㆍCNNㆍ가디언 등은 보도했다.

헤이스는 현재 영국 첼시 여자축구팀 사령탑이다. 2012년부터 첼시를 이끌며 리그 우승 6회를 포함해 모두 1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모두 360경기를 지휘했으며 이 중 243승 53무 64패로, 승률 70.96%의 기록을 보유 중이다. 2014년엔 한국인 지소연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내년 4월까지 첼시를 이끈 뒤 바로 대서양을 건넌다.

엠마 헤이스는 첼시 여자축구팀 감독으로 6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AFP=연합뉴스


첼시는 2012년 헤이스의 부임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헤이스의 지난해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 등을 종합하면 그전까지 첼시 여자축구팀엔 상근직도 제대로 없었다고 한다. 헤이스 감독은 "사무실도 제대로 없었다"며 "영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첼시를 최강팀으로 만든 건 팀의 전력을 정확히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전략을 짜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술도 있지만, 무엇보다 팀워크를 갖춘 덕분이다.

그는 올해 펴낸 책 『유니콘을 죽여라(Kill the Unicorn)』에서 "한 명의 리더가 모든 변화를 이뤄내는 일은 없다"며 팀의 화합을 강조했다. 첼시 선수들의 그에 대한 신임은 두텁다. 포워드 포지션인 프랜 커비는 2021년 가디언에 "내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도, 엠마는 나를 항상 지켜줬다"며 "나를 보호해준다는 확실한 믿음을 준 엠마는 내게 반석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런 헤이스 감독을 첼시에서 미국으로 스카우트한 연봉은 남자 축구팀 지도자 그렉 버홀터 이상일뿐더러, 축구를 넘어 전세계 모든 여자 스포츠 종목 지도자의 최고 수준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일부는 "(수당 등을 합하면) 200만 달러도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축구협회는 "헤이스는 본인뿐 아니라 주위 모두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할 세계적 수준의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엠마 헤이스가 올해 경기 승리 직후 아들과 그라운드에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행은 헤이스에게 또다른 꿈의 성취다. 헤이스는 "미국에서 본격 지도자 생활을 할 꿈을 항상 꿨다"며 "미국 여자 축구는 사상 가장 영향력있는 팀으로, 이런 팀의 감독이 된 것은 큰 영광"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는 "승부를 보려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팟캐스트며 인터뷰에서도 그간 자주 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헤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 선수를 꿈꿨다. 아스널의 어린이 축구팀에 들어가며 훈련을 했지만 17세에 스키 여행을 갔다가 발목 부상을 입고 필드의 꿈을 접었다. 이후 그는 리버풀 호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선수로는 피우지 못한 축구의 꿈을 지도자로 대신한 셈이다. 이후 2006년 영국으로 돌아와 잉글랜드 아스널 코치로 근무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축구를 배웠던 곳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것이다. 이후 다시 미국에서 신생 프로팀 시카고 레드 스타즈 초대 감독으로 일했고, 2012년 첼시 감독이 됐다.

헤이스는 지난해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남편과 사이에 한 아이를 뒀다. 쌍둥이를 임신했지만 한 명만 태어났다. 남편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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