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은행이 돈 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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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관심은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에 쏠려 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36조원을 벌었다' '올해는 이익이 60조원에 이를 것이다' 등 '큰 숫자'가 보도의 제목을 이룬다.
올해 9월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찾아보니 두 곳은 1.17% 포인트, 다른 두 곳은 1.24% 포인트로 엇비슷했다.
은행의 과도한 이익에 관한 논의는 이런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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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관심은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에 쏠려 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36조원을 벌었다’ ‘올해는 이익이 60조원에 이를 것이다’ 등 ‘큰 숫자’가 보도의 제목을 이룬다. 은행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이며 희망퇴직자들이 1인당 평균 3억5500만원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는 보도는 부러움을 넘어 시샘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은행이 상생을 위해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여야 정치권의 압박도 이런 숫자들에 기반한다. ‘너 홀로’ 과도한 이익을 누리고 있으니 고금리와 대출 이자로 고통받는 다른 사회 구성원을 위해 기여하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가 아닐지 모른다. ‘어떻게 많이 벌었는가’가 문제를 바로 보는 핵심일 수 있다. 널리 알려졌듯 은행들은 이자 이익으로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번다.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에서 예금 금리로 나간 지출을 뺀, 이른바 예대마진이 이익의 원천이다. 예대마진의 특징은 은행별로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각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알 수 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찾아보니 두 곳은 1.17% 포인트, 다른 두 곳은 1.24% 포인트로 엇비슷했다. 나머지 한 은행만 1.48% 포인트로 차이가 났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처음 몇 달 반짝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지금은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출자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일괄적 비교는 개개인에게 별 필요가 없는 탓이다. 공시만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은행 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사실상 경쟁하지 않는 은행업의 속성을 보여준다. 은행들은 나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출시한 상품에 결함이 발생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는 제조업에 비해 경쟁의 강도는 약해 보인다. 신입사원 채용 비리가 발각되고 거액의 횡령 사건이 일어나도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곳이 은행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소수가 활동하는 과점 체계 안에 한국의 은행들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다. 이곳에서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경쟁하지 않는 시장에서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길래’ 발언은 따끔해 보이지만 앞으로도 혁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은행의 과도한 이익에 관한 논의는 이런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많이 벌었으니 더 많이 기여하라는 것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인 대응이다. 정부가 원하는 상생 금융이나 야당이 추진하는 횡재세는 모두 일회성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 사회 기여 강요는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을 훼손한다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그보다는 은행이 처음부터 과도한 이익을 내지 못하도록 금리 산정 과정에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행의 금리 산정에 관해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 당국이 개입해 경쟁을 촉진하고 비효율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전자를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은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게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든, 자금 조달 원가를 공개하든 경쟁과 합리적 금리 산정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권기석 경제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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