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큰일 낼 합참의장 후보자의 근무시간 주식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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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한 날에도 주식·골프 되풀이
군 간부 기강해이 점검하고 집중력·책임감 세워야
어제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군 간부들의 해이한 근무태도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중장 계급으로 해군 작전사령관을 맡고 있던 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대장으로 진급해 합참의장 후보자로 직행했다. 군 안팎에선 이례적·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군 작전 전문가로 평가받았던 김 후보자가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 출신의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합동작전 능력을 강화할 적임자라는 평가 속에 기대도 컸다.
그런데 청문회를 앞두고 국방위 청문위원들이 조사한 자료에서 김 후보자는 최근 2년 동안 근무시간에 수십 차례에 걸쳐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 1월 5일과 17일에도 주식을 거래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사실상 비상 상황이었던 지난 9월 12일에도 주식 거래는 이어졌다.
지난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을 때는 군 골프장을 이용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자의 자녀가 11년 전 학교폭력에 가담해 처벌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던 사실도 밝혀지며 피검증인 진술에만 의존하는 인사검증시스템의 허술함도 드러냈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그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수익의 개념보다는 처리 절차를 이해하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지도자나 북한군 지휘관의 입장에 서서 도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여차하면 지휘통제실로 뛰어가 작전을 총괄해도 모자랄 상황이 한반도의 안보 현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별 셋 계급장을 단 군인이 근무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근무시간에 주식 거래 등 딴짓하는 군인이 김 후보자뿐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상황이 이쯤 되니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조차 “미사일 발사 상황을 관리할 직책에 있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군 고위 간부로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보일 처신으로서는 부적절하다”며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처신을 하라는 게 국민적 요구”라고 질책했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군인일지라도 1년 365일 내내 전력을 다하라는 건 무리다. 그러나 적어도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려는 책임감과 집중력이 참군인의 모습이다.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군 전체가 어제 청문회를 타산지석 삼아 성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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