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주항공청 설립, 더 지체할 이유 있나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한 ‘한·미 우주산업 심포지엄’이 최근 열려 양국의 정부 부처와 다수의 우주기업이 참여했다. 카이한 스페이스, 보이저 스페이스 등 미국의 주요 우주기업들은 한국에서 항공우주산업을 선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과의 협력 현황과 사업계획 등을 논의했다. 심포지엄 자리에서 한·미 양국 기업들은 우주 분야 미래 협업 방안 등을 논의하며, 향후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도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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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법 발의한 지 7개월 지나
그동안 모든 논란과 쟁점 해소
여야 모두 대승적 결단 내려야
」
이번 심포지엄에서 또 하나의 화두는 대한민국의 ‘우주항공청’(가칭) 설립이었다. 김민식 나라스페이스 테크놀로지 본부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이 잘 추진돼 한국의 우주산업 자체가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들도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와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카이한 스페이스의 시아막 헤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면서 우주항공청을 통해 한국 정부의 우주산업 역량이 더욱 높아지도록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민간 우주정거장을 설립 중인 보이저 스페이스의 에릭 스텔머 부사장도 한국의 기업 수준이 매우 높다고 평가하며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한국의 우주항공청 설립 후 민간기업체 참여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지 이미 7개월째다. 그동안 안건조정위원장 선출, 우주항공청의 위상, 인재 채용 특례 조항, 직접 연구개발(R&D) 수행 문제까지 다양한 쟁점이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모든 쟁점을 해소하고 이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사위 등을 거쳐 마침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통해 한·미 양국과 우주기업들의 협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우주 선도국들과 대비해 우주 개발 부문에서 약 30년 이상 뒤늦게 뛰어들었다. 짧은 우주항공 개발 역사에도 이미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독자적인 기술로 1t 이상의 발사체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7개국 뿐이다. 그러나 최근 인도가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의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하면서 미국·소련(러시아)·중국에 이은 네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 이를 보며 한국도 우주 전담 기구를 설립해 본격적인 투자와 활발한 국제 협력이 있었다면 당당히 그만한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필자는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재임 시절인 2009년 제60회 세계우주대회를 대전에서 주최한 적이 있다. 당시 세계 70여 개국에서 140여개 우주기관 및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성대한 우주대회를 치렀다. 이렇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주 분야의 급속한 발전을 실감하게 됐다.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중국의 12분의 1, 러시아·프랑스·일본의 5분의 1, 인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을 확대할 수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우주위원회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방부·외교부·국토교통부 등과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다. 우주항공청이 중심에 서서 기업들의 국제협력을 지원하고 한국의 우주산업을 힘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우주항공청은 우주 개발과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및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전자통신연구원·기계연구원 등과 동반협력해 우주기술 개발을 더욱 심화시켜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민간기업들의 활약이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한 나라스페이스 테크놀로지, 루미르, 스페이스맵 등은 우주산업의 핵심인 레이더, 데이터 분석기술 등에서 국제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통해 한국도 뉴 스페이스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더는 지체시킬 이유가 없다. 21대 국회가 여야를 떠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대한민국 우주항공청이 힘차게 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주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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