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道不行 乘桴 浮于海(도불행 승부 부어해)
2023. 11. 16. 00:31
국가사회에 부당 불의한 일이 많으면 더러 ‘에라, 이민이나 가버릴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공자도 그랬었나 보다. 그래서 “뗏목이라도 타고 바다로 나갈까? 아마 자로(子路)가 나를 따라나설 것 같구나”라고 말했다. 이 말을 칭찬으로 들은 자로가 좋아라고 하자, 공자는 자로의 이름을 부르며 “유(由)야! 용기는 나보다 낫지만 일을 잘 마름질하지는 못하는구나”라고 하며 무모한 용기를 지적하였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에는 이견이 있다.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갈 생각을 한 공자의 탄식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자로의 성급한 용기를 지적한 게 주안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전자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오늘날의 산둥성 지역인 노나라 사람 공자가 뗏목을 타고 바다 건너 이민(?)을 갈 생각이었다면 그 대상 국가는 응당 우리나라일 테니 이 문장은 공자가 당시에 우리나라에서는 도가 행해지고 있음을 부러워한 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원대한 꿈을 안은 희망의 이민이 아닌 냉소적 도피로 조국을 떠난 사람은 어디로 떠난들 조국을 배반한 티를 낸다. 조국은 홧김에 배반할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공자도 끝내 뗏목을 타지 않았다. 올림픽 때 아예 응원할 나라가 없이 사는 게 사는 것이겠는가.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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