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원 민심' 구애 나선 민주…"나라 퇴행 막아 내년 총선 한 석이라도 더"
노동시간 단축하는 4.5일제 내세워
이재명 "박정현 최고위원 함께 와…
충청·대전 정치적 상징성 매우 크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대전을 방문해 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을 반드시 복원하겠단 의지 표명에 열을 올렸다. '과학기술 특화 도시' 대전의 최대 현안을 부각해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인 '중원'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민주당이 펼친 전선은 여야 간 신경전을 키워온 R&D 예산에만 국한됐던 것은 아니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하며 지역균형 발전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역 현안 외에는 '주 4.5일제'를 전면에 꺼내 들었다. 여당 발(發) 김포 서울 편입, 공매도 일시 금지 등 쏟아지는 이슈에 대응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동시에 충청권을 시작으로 내년 총선 '전국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사전 포석으로도 여겨졌다.
오전 10시 30분,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충청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최고위원으로 최근 합류한 박정현 최고위원이, 대전과 충청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먼저 발언을 하고 제가 하겠다"라며 마이크를 잡는 순서부터 넘겼다.
박 최고위원은 "충청의 아들이라 자처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윤 대통령의 '좋아 빠르게 가' 구호가 유독 충청에서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며 "충청권 현안 해결이 지체되고 있고 충청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지방시대'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정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내년 R&D 예산 16.6%를 과감하게 삭감하는 바람에 대덕특구 R&D 예산은 약 25% 삭감되면서 특구 내 연구소와 연구원들, 연관 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며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는 대전을 지역구로 한 의원 대부분도 참여했다. 박범계(대전 서구을)·박영순(대전 대덕구)·장철민(대전 동구)·조승래(대전 유성구갑)·황운하(대전 중구) 의원은 "R&D의 큰 위기"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 등을 언급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다만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이상민 의원은 현장에 자리하지 않았다. 이 대표에 대해 날을 세워온 이 의원은 최근 탈당까지 시사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다선 용퇴론' '이상민 의원 등의 신당 합류 가능성'과 같은 현안에 현장 최고위 개최 취지가 잠식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도부 중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 대표는 "최근에 서울을 늘려나가겠다는 아주 황당무계한 '표'퓰리즘적인 주장이 국민들의 걱정거리를 늘리고 있다"면서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어 왔던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뜻처럼 국가 발전 편익을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누리는 공정한 나라, 균형 잡힌 나라를 민주당이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고, 또 내포혁신도시를 육성해서 충청의 새로운 도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는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직에서 쫓겨나거나 생계에 위협을 겪는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반드시 R&D 예산을 복원해서 국민들의 걱정거리도 덜어 드리고, 젊은 연구자들의 희망도 꺾지 않고, 대한민국이 지속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 견인을 위한 하나의 카드로 보이는 '주 4.5일제 추진'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다른 나라들은 주 4일제를 향해 가는데, 다시 노동시간을 더 늘린다고 하는 것이 과연 국가정책적으로나 아니면 경제전략상으로 옳은 일인가. 민주당이 약속했던 것처럼 주 4.5일제를 향해서 나아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선 '민주당의 탄핵 남발 지적' '일부 의원들의 신당 합류에 대한 입장' 등 정무적인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대신 "최근 서울 팽창론이 대한민국 지역 주민들에게 상당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주고 있는데, 국가정책을 논할 때는 비전을 갖고 국가 입장에서 신중하게 논의해주길 부탁드린다"는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최고위를 마친 뒤 이 대표는 대전 유성구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과학기술·산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R&D 예산 회복·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관계자들은 간담회에서 R&D 예산 삭감에 따른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과 대학원생들의 생계 위협, 장기 연구 과제 중단에 따른 현장 혼란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R&D를 경제적·관료점 관점으로 보고 있으며, 성공과 실패의 기준점이 대기업 수준이라는 비판 또한 이어졌다.
한민수 대변인은 간담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참석자 중 'R&D 예산 대폭 삭감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당이 국회 차원의 감사원 감사를 요청해 달라'는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이후 사전 예고되지 않은 '깜짝 일정'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잼도시 대전 중앙시장 나들이'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대전시민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 대표는 시장 방문을 마친 후 차에 탑승해 '셀프 인터뷰'를 이어갔는데, 대전 방문 의미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충청·대전 이 지역이 가진 상징성이나 영향력도 매우 크다"며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해서 함께 왔다. 지역균형을 맞추기 위한 우리 당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또 "총선도 너무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지금 나라가 많이 퇴행을 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점하고 있으니까 (정부가) 시스템이나 제도 자체를 뜯어고쳐 퇴행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며 "위법한 시행령으로 많이 망가지기는 했지만, 법과 제도 자체는 마음대로 못 고치니까 (더 큰 퇴행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은 정말로 중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정말 반드시 한 석이라도 이겨서 1당, 좀 더 목표를 높인다면 반드시 한 석이라도 더 얻어서 과반을 해야 한다. 정말 절박하게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준비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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