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01) 오우가(五友歌)
2023. 11. 16. 00:28
오우가(五友歌)
윤선도(1587∼1671)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 고산유고(孤山遺稿)
자연에 벗이 있다
나의 벗은 물과 돌, 그리고 소나무와 대나무다. 동산에 달이 떠오르니 그 더욱 반갑다. 나는 이 다섯 친구면 족하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은 없다. 윤선도(尹善道)가 이 시조를 지은 것은 1642년(인조 20). 쉰다섯 살의 그는 은거지에서, 좌절을 안겨준 현실에 무상함을 느끼고 변하지 않는 자연의 다섯 벗을 찬양했다.
둘째 수에서는 그칠 줄 모르는 물의 부단(不斷)함을 노래하였다.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셋째 수에서는 ‘꽃은 무슨 일로 피며는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아닐손 바위뿐인가 하노라’며 변하지 않는 바위를 그리워했다.
‘친구는 하나도 많다’는 말이 있다. 인간에 절망한 고산은 자연에서 벗을 찾아 이를 시로 형상화함으로써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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