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대기업 2인자의 세계… 연말 인사 향배는
오너 아닌 대기업 전문경영인 거취
담당 사업 실적에 희비 엇갈릴 듯
한화·HD현대·롯데, 3세 경영 강화
대한민국 재벌에는 오너 일가의 ‘복심’인 2인자가 존재한다. 오너를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2인자에게 쥐어진 권력은 오너 못지않게 막강하다. 하지만 오너와 달리 유한한 권력이다. 연말 인사철이면 주요 그룹의 2인자의 자리를 놓고 살 떨리는 경쟁이 펼쳐지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 속에 2인자의 성과를 놓고 희비가 극명히 갈린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쇄신 인사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전자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의 투톱 체제를 유지하느냐다. 특히 한 부회장의 경우 거취를 두고 인사철이 오기 전부터 안팎에서 퇴진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세대교체 성격의 인사를 단행한 터라 한 부회장의 역할 축소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경 사장은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에서는 취임 1년을 갓 넘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 인적 쇄신을 꾀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의 올해 사장단 인사는 다음 달 4일 또는 5일 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인사를 앞두고 살얼음판 분위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옆에는 조대식 의장과 장동현·김준·박정호 3명의 부회장이 있다. 최 회장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4명은 경쟁 상대다. 지난해 최 회장은 이들을 모두 유임하면서 안정을 도모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회사 안에서 돌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공기가 다르다. 올해 최소 한두 명의 부회장이 경영 후선으로 물러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꺼냈던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다시 언급했다. 그룹 내에서는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CEO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에 인공지능(AI), 도심항공교통(UAM) 등 최 회장이 역점을 두는 글로벌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뜻밖의 인물이 등장할지 주목하고 있다. 1960년생인 최 회장과 동년배이거나 연임을 거듭한 사장단이 물러나고 40~50대를 대거 중용하는 큰 폭의 교체 인사가 예상된다. 다만 SK그룹 관계자는 “서든 데스는 기존 산업을 완전히 바꾸는 기술과 비즈니스 환경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인사와는 선을 그었다. SK그룹 인사는 다음 달 7일이 유력하다.
보통 12월에 인사를 하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선 부회장 부활 여부에 이목이 쏠리지만 정의선 회장 체제가 공고해진 상황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기에 사장단도 크게 바뀔 요인이 없다. 전기차·목적기반모빌리티(PBV)·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경영진의 약진이 예상된다.
LG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고위 임원 인사를 할 예정이다. LG는 ‘3인 부회장 체제’의 지속 여부가 관심이다. 구광모 회장의 측근이자 40년 넘게 근속한 독보적인 2인자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행보가 가장 주목받는다. 권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2일까지인데, 지난 2년 임기 동안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배터리 기업으로 키워낸 성과에 LG가와 함께한 세월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연임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다른 부회장인 권봉석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구광모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어 3인 부회장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뚜렷한 2인자를 두지 않고 ‘3세 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곳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3명의 아들들에게 골고루 힘을 싣는 분위기다. 최근 김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정기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회장은 2009년 입사 후 14년 만인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장악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가삼현·한영석 부회장이 자문역으로 물러나 정 부회장은 권오갑 회장과 함께 ‘1회장 1부회장’ 체제를 구축한다. 권 회장의 입지는 탄탄한 편이지만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정 부회장이 점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잇따라 공개 행보를 하면서 집중 조명받고 있다. 연말 인사에서 주력 사업인 유통으로 옮겨가 경영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회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점심을 먹는 임원들이 종종 눈에 띈다”면서 “권력이 센 만큼 임원들의 인사 스트레스는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너의 ‘문고리 권력’이라 기세등등하지만 언젠가는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게 2인자의 숙명”이라며 “올 연말 묵묵히 짐을 싸는 2인자들이 최소 몇 명은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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