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공로부터 먼저 평가를”
“전직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함께 다루더라도 공을 우선 평가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것을 상대 진영에서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양재진(55)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행정학과 교수)이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현대사다…김대중 육성 회고록’ 시리즈를 마무리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가 김대중도서관과 공동 기획으로 독점 연재한 ‘김대중 육성 회고록’은 올 4월부터 매주 독자에게 찾아갔고, 지난달 28회차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양 관장은 최근 전직 대통령 2세의 만남에 대해 “화해와 통합의 정치가 필요한 우리 시대에 귀감이 되는 노력”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몸소 실천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 언론보다 진보 언론에서 2세의 화해와 통합 행보에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며 “여·야, 보수·진보 모두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 관장은 “김 전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분단, 전쟁, 독재 등 지금보다 훨씬 더 극단적이고 엄혹한 시기를 살아왔다”며 “최근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열과 대립을 일부러 조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현상에 대해 단호히 비판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는 육성 회고록 시리즈 중 2회 〈“천황 못 부를 이유 없다” 도쿄 뒤흔든 DJ 파격 호칭〉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양 관장은 “대일 외교에서 한국 외교의 품격을 높이고, 대화와 통합의 외교가 실리적으로도 대결 외교보다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고 소개했다. 22회 〈“김우중 몰락과 대우 해체, 내가 원치 않은 결말이었다”〉에서 DJP 연합을 통해 공동 정부를 운영한 김종필 총리, 김용환 전 장관 등과 호흡을 맞춰 외환 위기를 극복한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도서관장으로 일하며 김 전 대통령이 국정 관리자로서 탁월한 능력을 소유했음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고 지원이 없어 사료 구축과 연구를 욕심껏 할 수 없다는 점을 크게 아쉬워했다. 양 관장은 “돌아가신 지 15년 가까이 돼 민간 후원금이 예전 같지 않다”며 “성공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록과 연구를 통해 후대 대통령과 정부가 가야 할 길을 밝힐 수 있게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역사적 연설 최초 공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고, 내년 1월 DJ 탄생 100주년에 맞춰 ‘김대중도서전’을 개최한다. 양 관장은 “김 전 대통령은 다독가이자, 많은 책을 쓴 문화인”이라며 “그의 면모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 도서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회·경제 분야 업적에 관한 연구서 세 권(지식정보화·복지노동·문화)도 내년 3월까지 출판할 예정이다.
양 관장은 2003년부터 모교인 연세대 교수로 재직 중으로 지난해 9월 제7대 관장에 취임했다. ‘작은 복지국가론’이라는 독창적 이론을 제시한 공로로 지난 9월 대한민국학술원상(68회, 사회과학부문)을 받았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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