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르완다 난민 이송안’ 대법서 제동…“새로운 국가 찾을수도”
영국에 불법 입국한 난민 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이송하고, 르완다 정부에 돈을 지급하려던 영국 정부의 계획이 무산됐다. 난민 문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상당한 정치적 파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대법원은 정부의 난민 신청자 르완다 이송 계획을 불법으로 판단한 항소법원의 판결에 법적 오류가 없다고 확정했다. 5명의 대법관의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
로버트 리드 대법원장은 “르완다로 보내진 난민 신청자들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 상황이 열악한 르완다는 난민들에게 ‘안전한 제3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정부안이 국제인권법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영국 정부의 난민 르완다 이송안은 자국에 입국한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대신 르완다 정부에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난민 신청자들은 르완다를 거쳐 제3국에 망명을 신청하거나, 난민 심사를 받아 자격이 인정될 경우 르완다에서 머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이런 계획을 발표하며 “이런 정책은 위험한 방법으로 불법적으로 영국에 도착하는 사람을 막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이미 르완다에 1억 4000만파운드(약 2272억원)를 전달한 상태다.
지난해 영국에 불법 입국 방식으로 도착한 난민 신청자는 4만 5700명에 달한다. 영국 정부가 난민 관련 제도를 운용하며 1년에 쓰는 비용은 30억 파운드(약 4조 8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은 지난해 6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유럽인권재판소의 개입으로 비행기 이륙 몇 분 전에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수낵 총리는 난민 문제 해결을 자신의 5대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며 르완다 이송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영국 고등법원은 이 계획이 합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지난 6월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의 결정에 수낵 총리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낵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우리가 원했던 결과는 아니다”라면서도 “법원이 불법 이민자들을 안전한 제3국으로 보내는 것은 적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부는 이제 다음 단계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르완다가 아닌 다른 제3국을 통해 유사한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전망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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