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개척자…신혜성 와디즈 대표
‘자금을 필요로 하는 메이커(창업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
크라우드펀딩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창업자가 프로젝트와 목표 금액을 공개하면 여기에 투자하고 싶은 이들로부터 모금을 할 수 있는 형태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자가 될 수 있다’는 점. 공감만 얻을 수 있다면 초기 제품이나 아이디어만으로도 사업화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 덕분에 스타트업이나 중소상공인, 나아가 학생이나 주부 같은 개인도 크라우드펀딩으로 창업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44)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2년 5월 설립 후 어느덧 1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크라우드펀딩 생태계 넓히기에 여념이 없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을 만드는가 하면 펀딩 성공 제품을 직매입해 상시 판매하는 스토어도 새로 시작했다. 아예 직접 유망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자회사도 세웠다.
이런 노력을 시장에서도 인정한 것일까. 최근에는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와디즈 올해 10월 누적 거래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 2018년 12월 1000억원 돌파 이후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0배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와디즈에서 열린 펀딩 프로젝트만 2만개에 달한다.
대기업도 와디즈에서 ‘신제품 실험’
신 대표는 와디즈 창업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동부증권, KDB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일했다. 회사를 다니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이 없어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몸소 느끼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창업에 나섰다. “미완성에 투자하는 자본 시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게 신 대표 설명이다.
사업은 쉽지 않았다. 세상에 없던 플랫폼이었던 탓에 정부 규제가 완고했던 데다 이용자 인식 역시 부족했다. 초기 사업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아닌 와디즈에서 제품을 구입한다는 ‘소비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신 대표와 함께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뛰어들었던 초기 업체들은 하나둘 지쳐 나가떨어졌고 결국 주요 플레이어는 와디즈밖에 남지 않는 상황까지 됐다. 신 대표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가며 시장을 개척했다. 2016년 정부로부터 국내 1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2020년에는 하자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에게 펀딩금을 돌려주는 ‘펀딩금 반환 정책’, 메이커 평판과 인기 등 신뢰도를 지표화해 투자자가 펀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메이커 신뢰지수’ 등 책임 중개 관점에서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며 고객 신뢰를 높였다.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2021년 누적 거래 금액 5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1조원 돌파에도 성공했다. 회원 수는 600만명, 월 방문자 수는 1000만명에 달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방문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메이커 관점에서 더 유의미한 지표도 있다.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한 금액이 최근 8000억원을 넘어섰다. 와디즈 펀딩에 후속 투자 유치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이 와디즈를 통해 흘러 들어간 셈. 이 돈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초기 창업자에게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와디즈를 통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처음 선보이는 중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마케팅 채널’로서 가능성을 본 기업이 와디즈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예를 들어 더네이쳐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와디즈 펀딩으로 캠핑 텐트를 내놓은 후, 펀딩 참여자 피드백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한 텐트로 펀딩 오픈 10분 만에 28억원의 펀딩금을 달성했다. 농심은 개발 건조 식재료 ‘심플레이트’를 선보였는데, 1차 펀딩에 준비한 수량이 20분 만에 매진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크라우드펀딩 생태계 확장이 꿈”
신 대표 비전은 ‘크라우드펀딩 생태계 확장’에 있다. 단순히 펀딩 성공을 넘어 이후 그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까지 해내겠다는 포부다. 오프라인 전시를 돕고, 직접 매입을 통해 판매를 일으키고,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나아가 와디즈에서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식이다. 판매·유통·투자까지, 소상공인 밸류체인 전반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확장해나간다는 개념이다. 미국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일본 ‘마쿠아케’처럼 리워드형 펀딩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플랫폼과는 차별화되는 행보다.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20년 서울 성수동에 펀딩 성공 제품을 오프라인에 전시하고 소개하는 ‘공간 와디즈’를 열었다. 올해 9월 기준 월평균 방문자가 2만5000명에 이르는 성공적인 소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에는 펀딩에 성공한 제품을 상시 판매하는 플랫폼 ‘와디즈 스토어’를 선보였다. 덕분에 메이커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 판매할 수 있는 추가 판로를 얻게 됐다. 와디즈 관계자는 “와디즈 스토어는 회원이 이미 한 번 검증한 제품만 입점하는 일종의 큐레이션 숍”이라며 “현재는 ‘와(wa)배송’으로 주문 다음 날 받을 수 있게 된 덕분에 ‘펀딩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고객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부터는 아예 직접 유망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자회사 와디즈파트너스가 창투사 등록을 마쳤고 올해 7월에는 브랜드 인큐베이팅 자회사 ‘와디즈엑스’가 출범했다. 와디즈파트너스는 펀딩 성공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직접 투자와 금융 지원, 판로 개척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진행하는 ‘민간 투자 연계형 매칭융자(LIPS)’ 사업 운영사로 선정됐다.
다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한 숙제다. 지난해 기준 와디즈 영업손실은 338억원으로 전년(207억원)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하지만 신 대표는 “걱정 없다”는 입장이다. 와디즈 주 수입원은 펀딩 거래 금액으로부터 나온 수수료다. 거래 금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수익성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와디즈 관계자는 “최근 3개월 연속 월 1800개 이상 신규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고 내년에는 월 2000개 오픈이 예정돼 있다. 올 1월 1000개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며 “올해 4분기에는 첫 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짜 29%할인 하려나”...LG, 화끈한 ‘우승 턱’ 가전 할인행사 준비 - 매일경제
- “크립토 윈터, 드디어 끝났나” 비트코인 급등한 3가지 이유 [스페셜리포트] - 매일경제
- 6년 만의 완전 변경, 신형 BMW 5시리즈 [CAR톡] - 매일경제
- 고교생이 띄운 풍선, 성층권까지 날았다...‘지구 촬영’ 성공 - 매일경제
- ‘박나래 하이볼’로 인기 끈 하피볼, 신제품 2종 선봬...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 매일경제
- 끝난 줄 알았던 테슬라 6%대 급등 왜? - 매일경제
- 마약 사범 어느새 2만명 돌파…대응 법안 나올까 [국회 방청석] - 매일경제
- 한물 간 빼빼로데이? 매출 ‘뚝’...올해 왜 특수 없었나 - 매일경제
- 조선미녀? 생소한데 美서 대박...매출 2000억 노리는 K뷰티 등극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사전청약 당첨됐지만 포기”…본청약 신청 겨우 6.4%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