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처럼 맥주도…기대 넘치는 롯데칠성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11. 15.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류 부문 선방에 주가 한 달 새 20% 껑충

롯데칠성 주가에 훈풍이 분다. 11월 8일 종가 기준 한 달 사이 주가가 20% 이상 상승했다. 올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주가는 10월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3분기 실적 발표 후 증권가의 호평이 잇따르며 11월에도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가 롯데칠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맥주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이다. 롯데칠성이 앞서 소주 ‘새로’를 선보여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 기대감이 높다. 두 번째는 4분기부터 필리핀 법인 연결 실적이 편입된다는 점이다. 해외 매출 비중 확대로 내수 기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면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맥주 매출 역성장에도

‘새로’ 효과로 주류 ‘반등’

롯데칠성은 올해 3분기 매출 8304억원, 영업이익 843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 12%씩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류 부문 성장이 두드러진다. 음료 부문 영업이익은 6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반면, 주류 부문은 140억원으로 무려 110% 증가했다.

주류 부문 성과는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을 감안했을 때 더욱 눈에 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주류 시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경향이 나타났으며, 주정·맥아·제병 등 원재료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업체들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주류 회사들의 3분기 맥주 마케팅 경쟁이 심화된 탓에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그러나 롯데칠성은 지난해 9월 선보인 제로 소주 ‘새로’ 효과로 주류 부문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견조한 판매 실적을 거뒀다. 또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유흥 채널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새로’ 매출은 지난해 3분기 25억원으로 시작해 매 분기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해 3분기 327억원까지 확대됐다. ‘새로’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 3.3%에서 올해 8.5%까지 확대된 덕분에, 지난해 15%대로 떨어졌던 롯데칠성 소주 점유율은 21%까지 올라왔다.

‘새로’의 판매 호조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새로’ 출시 전 60% 수준이던 롯데칠성의 강릉 소주 공장 가동률이 최근 82%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소주와 음료 등 하이브리드 생산이 가능해진 기존 맥주 공장 가동률도 올해 1분기 30% 내외에서 지난 9월 기준 46%까지 올라왔으며, 이에 따른 고정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하이브리드 생산을 통한 고정비 절감 효과는 50억원, 내년 13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맥주 부문 부진은 롯데칠성의 고민거리다. 소주 부문 성장으로 주류 사업 실적이 개선됐지만,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03억원에 그쳤다. 롯데칠성의 맥주 시장점유율이 당초 높진 않지만, 코로나19 당시 5%까지 늘렸던 점유율이 3%까지 떨어졌다. 가정용에 치우친 롯데칠성의 맥주 포트폴리오가 외부 활동이 제한된 코로나19 시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리오프닝 이후 맥주 수요가 다시 업소용으로 이전되며 자연스럽게 점유율도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맥주 신제품 ‘켈리’가 인기를 끌며, 롯데칠성의 맥주 점유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칠성 맥주 부문은 유흥 시장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라며 “기존 제품으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만큼, 회사는 신제품을 통한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칠성 음료·주류 주요 제품 라인업. (롯데칠성 제공)
신제품 성과가 주가 가른다

필리핀 법인 연결 효과 ‘주목’

롯데칠성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3분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는 롯데칠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며 향후 전망을 더욱 밝힌다. 11월 들어 삼성증권과 상상인증권 등이 롯데칠성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그 외 증권사도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줄줄이 발간했다.

증권가 호평의 가장 큰 이유는 출시가 임박한 맥주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롯데칠성은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11월 21일부터 술집과 음식점 등에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20년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이후 3년 만에 나오는 신제품이다.

회사는 ‘크러시’의 특징을 맥주 특유의 시원함과 청량감으로 꼽는다. 주성분인 ‘홉’의 투입 시점을 늦춘 홉 버스팅 기법을 통해 향을 더욱 가볍고 청량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옥수수나 쌀 등 다른 원재료를 섞지 않고 맥아만으로 제조한 크러시는 홉의 쓴맛과 향, 맥아의 단맛을 줄인 페일 라거 타입으로,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술집과 음식점에 500㎖ 병 제품과 20ℓ 용량 생맥주통 케그 두 형태를 먼저 선보이고, 가정용 맥주는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신제품 크러시가 지금껏 롯데칠성의 약점으로 꼽힌 맥주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집중된다.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롯데칠성이 이미 지난해 ‘새로’로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트진로의 ‘테라’ 사례처럼 크러시도 초기 반응이 중요하다”며 “제품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는지에 따라 반응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 가지 증권가가 기대를 거는 부분은 4분기부터 필리핀 법인 연결 실적이 편입된다는 사실이다. 롯데칠성은 연간 매출 1조원 규모 필리핀 펩시(PCPPI) 경영권 취득 절차를 지난 9월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오는 4분기부터는 필리핀 펩시가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실적이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외에도 해외 매출 비중의 유의미한 상승, 음료와 소주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도 기대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필리핀 펩시의 연결 편입으로 롯데칠성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21%, 내년에는 38%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통해 내수 기업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투자자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다. 하이트진로와 OB맥주는 이미 가격을 인상한 상황이다. 롯데칠성 소주와 맥주 제품 가격 인상도 임박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음료 부문에서도 제로 카테고리 다변화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으며, 향(플레이버) 다변화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줄어드는 회식 문화와 불안한 내수 여건, 지속적인 원당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장기화 등은 투자자에게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이와 함께 신제품 크러시의 시장 안착 여부도 향후 주가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맥주 신제품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주가 상승동력으로 작용하겠지만, 반대일 경우 주가를 떨어뜨리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주류 가격 인상 여부와 맥주 신제품 성공 여부가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필리핀 펩시의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도 투자자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