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DEA처럼 초월적 단속기구 만들어야 마약 막는다
그러나 당장 처벌 수위를 올린다고 해서 마약 범죄율은 낮아지지 않는다는 게 학계 견해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올리는 대신 ‘단속 강화’와 ‘중독자 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속 능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초월적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마약 단속 권한은 각 기관이 나뉘어져 있다. 경찰, 검찰, 해양경찰, 관세청 등으로 권한이 분산된 형태다. 때문에 수사를 할 때마다 공조를 요청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상호 기관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 올해 10월 경찰은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필로폰 밀반입에 연루돼 있다는 혐의로 세관 직원 4명을 입건했다. 세관 직원이 마약 운반책들이 세관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이유에서였다. 관세청은 강력히 반발하며 경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 기관의 행정력 낭비가 심해질수록 마약 단속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마약 분야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지닌 ‘마약청’을 출범, 예산, 인력, 권한을 집중해 단속 효율성을 높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한국마약퇴치본부연구소장)는 “모든 마약 관련 수사 기관·유관 기관들의 인프라를 모아야 한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더욱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효율성을 높여 단속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마약 전문 치료시설 확보도 시급하다. 한국의 마약 전문 치료시설 현황은 매우 열악하다. 전국 21곳에 불과하고 서울에는 서울특별시립은평병원, 국립정신건강센터, 강남을지병원 등 3곳이 전부다. 최근 3년간 치료 실적이 아예 없는 병원도 12곳에 달했다. 윤흥희 교수는 “국립 시설이나 민간 치유 기관에서 재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활 치료를 위한 정부 지원도 필수다. 약물 중독자 치료 지원 2024년도 예산은 당초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금액(28억600만원)보다 85% 적은 4억1600만원만 책정됐다. 올해 예산도 이미 소진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비를 끌어 써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배한진 법무법인 온강 대표 변호사는 “국가는 마약 사범을 잡아넣는 것뿐 아니라 마약을 투약한 사람이 사회에 복귀했을 때 다시 마약에 안 빠지게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책이 필수”라고 전했다.
단순 약물 치료를 넘어 심리·미술 치료 등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약 종류가 다양하고 사람마다 접한 경로가 다르기에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환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처벌 대신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초범·재범에 따라 재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짜 29%할인 하려나”...LG, 화끈한 ‘우승 턱’ 가전 할인행사 준비 - 매일경제
- “크립토 윈터, 드디어 끝났나” 비트코인 급등한 3가지 이유 [스페셜리포트] - 매일경제
- 6년 만의 완전 변경, 신형 BMW 5시리즈 [CAR톡] - 매일경제
- 고교생이 띄운 풍선, 성층권까지 날았다...‘지구 촬영’ 성공 - 매일경제
- ‘박나래 하이볼’로 인기 끈 하피볼, 신제품 2종 선봬...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 매일경제
- 끝난 줄 알았던 테슬라 6%대 급등 왜? - 매일경제
- 마약 사범 어느새 2만명 돌파…대응 법안 나올까 [국회 방청석] - 매일경제
- 한물 간 빼빼로데이? 매출 ‘뚝’...올해 왜 특수 없었나 - 매일경제
- 조선미녀? 생소한데 美서 대박...매출 2000억 노리는 K뷰티 등극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사전청약 당첨됐지만 포기”…본청약 신청 겨우 6.4%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