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통에 필로폰 2㎏이 한가득...‘인젝’ 단계 이르면 더 이상 치료 불가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11.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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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거래, 어떻게 이뤄지나

# 30대 남성 A씨는 태국과 한국을 오가는 ‘마약 운반책’이다. A씨가 선호하는 방법은 마약을 3~4일 전에 도착 공항에 먼저 국제우편으로 보낸 후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뒤 공항 우편물 수령처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위험 부담이 높은 물건을 직접 들고 오는 방법 대신 상대적으로 허술한 국제우편물로 반입하는 게 적발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공항 승객이 직접 가져오는 가방과 짐은 마약 탐지견 등 세관 검사로 인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량의 물건이 쏟아지는 국제우편물은 일일이 수사하기에는 애로 사항이 많다.

A씨가 애용하는 포장지는 ‘단백질 분말’통이다. 외관 훼손 여부를 알기 어렵고, 분말 냄새 때문에 마약 탐지견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워서다. A씨는 과거부터 수차례 이 같은 방법으로 국내에 필로폰을 들여왔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단백질 분말통을 계속 들여오는 점을 수상히 여긴 세관이 A씨가 미리 부친 우편물을 검사했고, 마약을 찾아냈다. 세관과 경찰은 입국한 A씨가 우편물을 수령하러 왔을 때 긴급체포했다. A씨 같은 사례가 급증하자 세관당국은 우편물 발신자와 수신자가 같거나 유사한 국제우편, 특송화물은 모두 ‘엑스레이’로 내부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과거에는 직접 제조하기도 했지만, 비용과 단속 문제로 직접 만드는 비율이 급감했다. 현재는 마약 가격이 싼 동남아 일대에서 수입해온 마약이 주류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올해 적발한 마약 대부분이 태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라고 설명했다.

마약을 들여오는 방법은 다양하다. 본인 몸속에 숨겨 오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국제우편을 활용한 방법이 각광받는다. 공항으로 보내는 국제특송우편은 비교적 수색이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한번에 보낼 마약량이 많다면 해상물류를 활용한다.

해외 유통책이 마약을 들여오고 나면 국내 총책, 이른바 ‘상선’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마약을 넘긴다. 상선은 총책을 가리키는 업계 은어다. 상선은 다시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을 넘긴다. 투약자들은 중간 판매책으로부터 마약을 매수한다. 가장 애용되는 방법은 ‘드롭’이라 불리는 ‘던지기’다. 불특정한 장소에 숨겨두고, 매수자에게 장소를 알려주면 매수자가 몰래 찾아가는 식이다. 매수자 중 일부는 마약 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스스로 ‘던지기’를 담당하는 마약 드로퍼로 활동하기도 한다.

마약은 단계에 따라 투약 방법이 달라진다. 처음 마약에 빠진 이들은 물에 타 마시는 ‘구강 복용’ 방식을 선호한다. 중독 상태가 심해지면 더 높은 농도의 마약을 넣기 위해 투약 기구를 통해 코로 들이마신다. 이를 ‘후리베이스’라 한다. 심각한 마약 중독 상태에 접어들면,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아 투약하는 일명 ‘인젝’에 다다른다. ‘인젝’ 단계까지 접어들면 사실상 약이 일상을 지배하는 상태다. 중독성이 매우 강해 ‘단약’도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인젝 단계에 접어든 투약자는 몸이 심각하게 망가진다. 얼굴이나 피부 아래에서 벌레가 기어다니는 등의 환각을 느끼는 일은 다반사다. 불안, 불면증, 정신 착란뿐 아니라 환청도 뒤따른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필로폰, 엑스터시, 야바, 케타민 마약류는 아주 강력한 마약으로 의존성과 내성이 강하다. 이들 약물 남용으로 인한 금단 증상과 중독은 인한 심각한 뇌손상을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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