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에 재건축까지…수서에 볕이 든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3. 11.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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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개발 호재에 주목받는 그곳

서울 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수서역 1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먼저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신동아아파트다. 공영주차장을 지나 3분 정도 걸으면 바로 단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 단지 입구에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수서 신동아아파트는 1992년 준공해 올해로 31년 차를 맞이한 노후 아파트다. 총 8개동, 1162가구로 인근에서는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당초 이곳은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지난해부터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초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정밀안전진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동아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소형 면적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가장 넓은 평수가 전용 49㎡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가구 수 대비 대지면적이 작고 가구당 대지지분이 비교적 낮아 재건축 사업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워낙 입지가 좋고 수서역 일대 개발 호재가 많아 관심이 높은 단지로 꼽힌다. 지난 8월에는 전용 49㎡가 12억500만원, 9월에는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꾸준히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수서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년 전 한때 전용 49㎡가 15억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시세가 하락했다”면서도 “워낙 입지가 좋은 단지인 만큼 추후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또 한 번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금리 상승과 대출 축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부동산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여러 개발 호재를 등에 업은 수서역 일대가 주목받고 있다. 수서역 일대 복합개발 사업부터 강남구 수서동과 일원동 재건축 사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지역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특히 내년 GTX-A노선 일부 구간이 개통되면 수서역 일대는 강남에서도 교통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곳 단지들은 대부분 소형 면적으로 구성됐고 가구당 대지지분이 많지 않아 재건축 사업성 자체가 높지 않다는 점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수인분당선 환승역 수서역과 가까운 서울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주목받는 수서동 일대

수서 역세권부터 일원역까지

강남구 수서동은 행정구역상 북동쪽 탄천 일대부터 시작해 광수산을 거쳐 서남쪽 대모산 자락으로 이어진다. 탄천을 경계로 동쪽에는 송파구 가락동이 위치했으며 서쪽으로는 강남구 일원동, 남쪽에는 강남구 자곡동이 자리 잡고 있다.

수서동 일대 아파트는 크게 3곳으로 나뉜다. 우선 대모산 세곡2 공공택지지구에 조성된 비교적 신축 아파트 단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강남데시앙포레와 강남더샵포레스트 등이 대표적인 단지로 준공 10년 미만 신축 아파트다.

이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단지들은 대부분 오래된 아파트로 구성됐다.

3호선 일원역 오른쪽에는 행정구역상 수서동에 속하는 단지들이 있다. 일원역 도보 5분 거리인 까치마을과 삼성아파트 등이다.

까치마을은 최근 거래량이 이례적으로 급증해 주목받았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까치마을은 지난 3분기 서울 강남구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단지로 꼽혔다. 3개월 동안 36건의 거래가 진행됐다. 총 7개동 1404가구로, 전용 34㎡, 39㎡, 49㎡ 등 소형 아파트로 구성된 이곳은 집값이 대체로 9억원 미만이다.

까치마을에 매수세가 몰린 것은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이 9억원으로 제한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해 강남에 입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파트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34㎡의 경우 올해 8억~9억원 사이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8억8400만원, 9월에는 8억9000만원과 9억원에 거래되는 등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가격 안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전용 39㎡는 대체로 9억원 후반, 전용 49㎡의 경우 12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돼 있다. 까치마을은 왕북초와 대왕중, 중산고, 중동고 등 학업 성취도 순위가 높은 학교가 다수 위치해 있다. 3호선 일원역 초역세권인 데다 삼성서울병원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수서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까치마을은 소형 아파트라 신혼부부나 아이가 1명 정도 있는 젊은 층이 주로 많이 찾는다”면서 “학군이 좋은 편이라 인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까치마을이 인기를 끈 또 다른 이유는 재건축 기대감이다. 1993년 준공한 이곳은 올해로 재건축 연한을 채웠다. 다만 리모델링과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각각 활동하고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사업이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수서역 일대에도 재건축 연한을 넘긴 단지들이 다수 있다. 신동아아파트(1162가구)를 시작으로 서남쪽에는 동익아파트(330가구), 탄천 인근에는 삼익아파트(645가구), 수서한아름아파트(498가구)가 있다. 대체로 1992년에서 1993년 준공해 올해로 준공 연한 30년을 채운 단지들이다.

‘삼익아파트’의 경우 전용 60㎡가 올해 3월 13억원에 거래되며 전고점 대비 3억5000만원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13억7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현재 나온 매물은 14억~15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최근 서울시는 수서택지개발지구 일대 주거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서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수서동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정비안 용역 결과에 따라 종상향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택지 전체의 기본관리계획을 수립해 광역적으로 완성도 높은 개발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수서동 일대 개발 본격화

GTX 개통에 재건축 가이드라인까지

수서동 일대 아파트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인근 땅값이 상승하면서 주상복합 형태 단독주택 역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수서역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한 주택이 50억원에 거래됐다. 총 대지면적은 323㎡로 1987년 준공한 노후 건물이다. 건물 가치는 거의 없다고 감안하면 3.3㎡당 대지 가격이 약 50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인근에 비슷한 대지면적의 주상용 건물이 34억원(3.3㎡당 약 3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반년 만에 5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수서동 일대는 단독주택 밀집지역이 거의 없다. 대부분 택지지구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수서 신동아아파트 맞은편에 일부 주택이 모여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곳은 용도지역상 개발제한구역이다. 그럼에도 각종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값 자체가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서동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아파트만 놓고 보면 강남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임대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 대부분 소형 아파트로 가구당 대지지분이 작아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단독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대부분이고 수서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것도 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GTX A노선 개통과 함께 수서동 일대 부동산 관심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사업성이 낮고 인근 단독주택 부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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