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경기에만 집중하는 손흥민 "네 번째 월드컵 출전도, 싱가포르전 승리도 당연한 일 아니야"

조효종 기자 2023. 11. 15. 19:0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손흥민(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손흥민은 상대를 얕보는 일 없이, 먼 미래를 섣불리 예상하는 일 없이 충실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한국은 16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싱가포르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을 갖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주장 손흥민은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축구에서 쉬운 경기는 없다. 항상 이변이 일어나고, 그래서 축구가 사랑받는다. 한국에선 이변이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손흥민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없다. 앞서 세 차례 월드컵을 경험했지만, 네 번째 월드컵 출전이 보장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네 번째 월드컵 여정을 시작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네 번째 월드컵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미래에 사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에 살지도 않고, 현재에 산다. 이번 소집 기간에 다가오는 두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다음은 손흥민 기자회견


내일 경기에 임하는 각오


월드컵 예선은 스타트가 중요하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축구에서 쉬운 경기는 없다. 항상 이변이 일어나고, 그래서 축구가 사랑받는다. 한국에선 이변이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결과를 못 내다가 지난 소집 때 좋은 경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내일 경기 기대된다. 선수들도 책임감 갖고 경기장에 나갈 것이다. 감독님이 앞서 이야기하셨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분들 겁먹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평상시 하던 대로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 잘 치르셨으면 좋겠다.


전날 인터뷰에서 홍현석 선수가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수비는 콤팩트하게, 공격은 자유롭게'라고 설명했다. 자유로움이란 면에서 세밀함이 떨어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는데, 우리 대표팀에 어떻게 작용할지


자유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세밀함이 없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세밀함이 없었다면 지난 소집 때 그렇게 많은 골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말하는 '자유로움'은 기본적인 세심한 플레이, 약속한 플레이를 제외한 것인 것 같다. 선수들의 재능이 좋고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팀에 큰 무기가 될 것이다. 감독님께서 포지션이나 움직임에서 자유롭게 하라고 하시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기본이다. 훈련장에서도 기본을 많이 요구하신다.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야 한다.


네 번째 월드컵 여정을 시작하는데


네 번째 월드컵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미래에 사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에 살지도 않고, 현재에 산다. 이번 소집 기간에 다가오는 두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제 대표팀에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많은 걸 가르쳐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내가 했던 경험들, 직접 부딪쳐봤던 것들을 선수들이 간접적으로라도 느낄 수 있도록 공유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주고 있다. 월드컵 여정은 길다. 좋은 길만 갈 수는 없다. 떨어질 때도 있을 거고, 가시밭길을 갈 때도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잘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흥민(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싱가포르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소속팀 프리시즌 경기에서 싱가포르 구단을 상대해 봤다. 전반전만 치렀지만 1대1로 비기는 상황이었다. 팀이 몸을 만드는 때라는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토트넘을 상대로도 1-1 경기를 치렀다. (대표팀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싱가포르에 위협적인 선수들이 있구나 생각했다. 성실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 감독님이 중요하게 이야기하시는 기본적인 것들을 잘 실행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소집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지난 주말 경기 막바지에도 몸이 안 좋은 듯한 모습이 있었는데, 현재 몸 상태는?


경기를 하다 보면 밟히기도 하고, 차이기도 한다. 나도 가끔 걷어찰 때가 있다. 몸 상태는, 시차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것 빼고는 괜찮은 것 같다.


대표팀에 컨디션 좋은 공격수들이 많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선수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소속팀에서 컨디션이 좋아도 시차 적응 등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월요일에 도착한 선수들도 있다. (황)희찬이, (이)강인이, 다른 모든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따로 해야 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내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야 할 선수들이다. 공격수뿐 아니라 미드필더, 수비수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대표팀에 이어 소속팀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리더십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오는데, 대표팀 주장과 소속팀 주장 역할을 수행하는데 차이가 있는지


내가 좋은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게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 운이 좋게 대표팀 주장을 오래 하고 있다. 좋은 선수들과 훈련할 수 있어서 운이 좋은 것 같은데, 대표팀 주장의 무게가 상당키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대표팀에 오면서 많은 주장들을 경험했다. 형들,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박)지성이 형, (기)성용이 형, 그리고 (구)자철이 형이나 (이)청용이 형도 주장을 했다. 다 캐릭터가 다른데, 항상 '주장의 무게는 무겁다'고 이야기해줬다. 내가 하는 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이미지가 된다. 내가 잘하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잘하는 거고, 내가 부진하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부진한 것이 된다. 내 경기만 생각할 순 없다. 어렸을 때는 스스로만 잘하면 형들이 알아서 해줬다. 지금은 경기장에 있는 다른 선수들, 교체로 나오는 선수들, 뛰지 않는 선수들도 생각하게 된다. 소속팀에서도 무게는 똑같다.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많은 부담감, 책임감이 요구된다. 대표팀에서 일찍 주장을 하면서 소속팀에서도 도움이 된다. 소속팀, 대표팀에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쉽게 해주는 것 같다. 선수들 덕분에 내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같이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고맙다.


싱가포르에 한국에서 귀화한 송의영 선수가 있다. 귀화 선수를 상대하는 건 처음일 거 같은데, 혹시 송의영 선수에 대해 선수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을지


이야기를 한 건 없다. 대표팀 소집 전에 황희찬 선수와 경기를 치렀는데, 그때만큼은 내게 (황희찬 선수도) 친한 동생이 아니라 그냥 상대편 선수였다. 진중하게 상대팀 선수라고 생각한다. 존중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선수고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그 경기장에서 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 손흥민(이상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싱가포르가 수비적으로 내려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아시아 국가인 베트남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것이 도움이 될까


선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다 내려서서 수비하면 어떤 팀이든 상대하기 쉽지 않다. 얼마나 빠르게 찬스를 만들어내고 성공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지난 경기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다만 같은 상황에서도 여러 옵션이 있는 것처럼 매 경기 환경이 다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는 시작해 봐야 안다.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선수들이 책임감 갖고 방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임하는 게 중요할 거 같다. 경기 초반에 빨리 기회를 만들어서 경기를 편하게 끌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의 능력을 믿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