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도시유전’...SK지오센트릭, 세계 최초 재활용 플라스틱단지 첫삽
이제 버려진 일회용 컵이 울산에서 플라스틱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난다. SK지오센트릭이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플라스틱 재활용 기지로 꼽히는 울산ARC의 첫 삽을 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부문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15일 울산광역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를 조성하는 기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22개 넓이의 클러스터 공사에 총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오는 2025년 말 완공해 2026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울산ARC에는 전 세계 최초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불리는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페트(PET) 해중합 시설이 한 곳에 구현됐다. 열분해는 버려진 비닐 등을 고온으로 가열해 원유를 뽑아내는 기술로, 자원이 없는 나라도 재활용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 가능해 ‘도시 유전’으로도 불린다. 페트 해중합은 촉매를 활용해 페트 고분자를 해체해 원료 물질로 다시 되돌리는 기술로 재활용 기술 중 난이도가 높다.
이 같은 기술을 공장에 도입하면 시중에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과자봉지 같은 폐비닐도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납사)로 바꿔 오염 정도와 상관없이 완벽하게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에 ‘꿈의 재활용 기술’로 꼽힌다. 울산 ARC에서는 본격 가동시 매년 폐플라스틱 32만t이 재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약 9% 가까이를 처리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재활용 기술 선도 업체들도 최첨단 재활용 기술 구현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해중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 기업 루프와 미국의 PP 재활용 기업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최고경영자도 이날 울산을 찾았다. 더스틴 올슨 PCT CEO는 “연간 약 2000억t의 플라스틱이 새롭게 생산되지만 그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10%에 불과하다”면서 “고품질 PP 관련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서는 상황이고 이 같은 공급 부족 상황은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전 세계 브랜드의 수요가 충족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실제 울산 ARC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전체 물량의 30%가 선(先)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 측은 2025년 말 완공 전까지 70%를 미리 판매할 예정이다. 이미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이 울산에서 생산되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자사 제품에 도입하기 위해 상당수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2020년 대한민국 최초의 화학공장으로 상징성이 컸던 납사분해설비(NCC)를 가장 먼저 가동 중지하고 재활용 신산업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물리적 재활용을 넘어 더 높은 차원에서 화학적 재활용에 가장 먼저 도전하는 것”이라며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국내 석유화학의 르네상스를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공식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두겸 울산시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플라스틱은 순환경제 전환의 핵심”이라며 “정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탈(脫)플라스틱 사회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 역시 “울산은 미래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중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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