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둔화, 中 경제지표 '반짝' 선물에 아시아 증시 방긋
미국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하며 15일 아시아 증시가 들썩였다. ‘긴축 종료’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면서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2.2% 올랐고, 홍콩의 항셍지수는 3% 이상 날았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반짝’ 개선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2% 뛴 2486.6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8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1.91% 오른 809.36에 마감했다.
기관투자가(1조1147억원)와 외국인 투자자(7026억원)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1조8173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선 영향이다. 이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코스피(1조6117억원)와 코스닥(1770억원) 시장에서 ‘팔자’ 우위를 나타냈다.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3.92% 치솟은 1만8079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52% 급등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1.25%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띤 것은 미국발 훈풍 영향이 크다. 불씨는 둔화한 미국 물가 오름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3.3%)를 하회한 데다 전달의 상승률(전년 동기대비 3.7%)보다 낮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챙기는 근원 CPI 상승률(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 제외)도 예상치(4.1%)보다 소폭 낮은 4%를 나타냈다. 상승률은 2021년 9월(4%)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다.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을 알리는 CPI 성적표는 ‘금리 인상’ 종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15일 오후 4시45분 기준 94.5%에 이른다.
시장은 환호했다.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고, 주가는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445%로 전날(연 4.636%)보다 0.191%포인트 하락했다. 2년물 금리(연 4.842%)는 하루 사이 0.203%포인트 급락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내리자(채권값 상승), 달러화 가치도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인덱스(1973년=100)는 104.05로 이달 초(106.88)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 정부의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위기도 한풀 꺾이며 투자 심리가 회복했다. 14일(현지시간) 추가 임시 예산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다. 이날 미국 증시는 날았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37% 급등해 1만4904.38에 마감했다.
중국 경제지표가 ‘반짝’ 개선된 점도 아시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줄곧 부진했던 중국의 생산·소비 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중국 산업 생산 증가율은 4.6%로 시장 예상치(4.3%)를 넘어섰다. 10월 소매판매도 4조3333억 위안(약 777조원)으로 1년 전보다 7.6% 증가했다. 로이터 등 시장 예상치(7%)를 웃돌았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는 미국 긴축과 중국 경기 우려 등 각종 해외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한국 증시가 연말까지 상승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달 Fed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임시 예산안 통과로 셧다운 우려도 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시장이 우려했던 악재가 해소되면서 연말까지 국내 증시는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은 과열됐던 경기에 대한 부담이 줄고, 중국 경제지표도 선방했다”며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진정돼 코스피는 2600까지 우상향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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