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강행하면 투쟁” vs "국민기대와 현장 외면말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다면 의료계도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장)
“의협은 국민 기대와 의료 현장 요구에 동떨어져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지 마십시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극명한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특히 대정부 협상단을 개편한 의협에서는 투쟁 불사 의지까지 내비쳤다. 강경 발언을 한동안 자제해왔던 기조가 바뀐 것이다. 정부도 “정원 확대는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의협 “의대 증원 강행하면 투쟁”
양동호 의장은 이날 첫머리 발언에서 “만일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면 이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의 수요 조사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 하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최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2025~2030학년도 의대 정원 수요 조사에 나선 걸 지적한 것이다.
양 의장은 “필수·지역 의료를 무너뜨린 장본인인 정부가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또 다른 악수를 두려고 한다”며 “만약 정부가 ‘9·4 의정 합의’를 위반하고 일방적인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면 의료계는 2020년 파업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던 의대 정원 확대가 전공의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되고 의정 협의체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당시 합의했던 걸 강조한 것이다.
정부 측 협상단장인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복지부는 그간 병원이나 지역의료원 등에서 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절실한 목소리를 들었다”며 “현장 목소리를 (의협은)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 요구를 도외시하면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정 정책관은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국민들께 우리나라 보건의료 미래 비전을 보여드려야 할 정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실망과 불신으로 바뀌지 않도록 의협도 전향적인 변화와 협력의 모습을 보여주시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수요 조사 발표 앞두고 의료계 분위기 변화?
의협은 그간 전투 모드를 자제해왔다. 지난 10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의료인의 법적 부담 완화 등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정책이 포함되면서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입학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의대가 희망하는 정원의 최대치는 2030년도 기준 3000명대 후반으로 알려졌는데, 정부의 수요 조사는 이번 주 중 발표될 전망이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수요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 몇 개 더 필요하냐고 묻는 것”이라며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키고 전문가 집단을 매도해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협 관계자는 “언급되는 숫자는 말이 안 된다. 의약분업 때 줄었던 350명을 복구하는 정도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이미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도 있다. 경기도 지역 의사들 단체인 경기도의사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 등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회원 100여명 정도가 집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의원 50~100곳이 휴진했다는 게 의사회 측 주장이다. 의사회는 “정부가 지속적인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한다면 경기도 지역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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