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드디어 꺾이나…시장 반색하게 한 이 지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긴축 정책 종료 기대감이 다시 커졌다. 특히 세부 지표에서 그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품목의 가격 오름세가 꺾이는 것으로 나타나며 내년까지 미국 경제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예상치 하회 물가, 에너지가 하락세 주도
미국 CPI 상승률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의 안정이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5%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세 둔화를 이끌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2.5% 하락했는데, 전월 대비 에너지 가격이 내려간 것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에너지 중에서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5% 하락하면서, 전체 에너지 가격 하락세를 주도했다.
1년 만, 6%대 진입한 주거비 상승률
하지만 지난달 미국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6.7% 상승하면서 2022년 10월(6.9%)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6%대 상승률로 떨어졌다. 한 달 전과 비교해 0.3% 상승에 그쳤는데, 이는 9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0.6%)의 절반 수준이다. 주거비 하락 영향에 지난달 전체 서비스 물가도 상승세가 9월 대비 둔화(5.7→5.5%)했다.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는 근원 CPI를 구성하는 핵심 품목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부터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가격이 쉽사리 꺾이지 않아, 물가 오름세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주거비를 비롯한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약해지면서, 내년에 Fed가 목표한 2%대 물가 상승률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파월이 금리 결정에 중요하게 참고하겠다고 밝힌 ‘수퍼 근원 CPI(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 전월 대비 0.2% 상승해, 9월 상승률(0.6%)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 여력 둔화에 주요 상품 물가 하락세
이들은 모두 미국의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품목들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미국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관련 품목들의 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미시간대학교 최근 발표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60.4)는 전월 대비 5.3% 하락하면서,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절대 숫자로도 지난 5월 이후 여섯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나타내는데 지수가 낮을수록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세 둔화가 다시 나타나면서, 미국의 긴축 정책 종료 기대감도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15일 오후 5시 기준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94.5%로 CPI 발표 직전(85.5%)보다 상승했다. 내년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도 CPI 발표 이후 10.5%→30%로 높아졌다.
지정학적 불안, 주거비 재상승 우려 남아
미국 물가 안정에 변수는 아직 남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길어지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가 다시 커질 수 있어서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서비스 물가까지 상승한다.
꺾이기 시작한 주거비도 언제든 재상승할 수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미국의 주택 대출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2.5% 증가하며, 3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9월 미국 신규 주택판매도 전월보다 12.3% 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인식에 주택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신규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자가 몰린 영향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 측 충격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면서 “최근 다시 높아진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심리 등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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