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가 바라던 세상 왔나'에서 시작, 그 결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3. 11.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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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대표 정지혜 소리꾼, 전지혜 기획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젊은 소리꾼들이 모여있는 전통예술단체가 있다. 이름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세상에 들리지 않는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목청껏 소리 높혀 세상에 외치자'라는 뜻으로 결성된 지 20여년 된 단체로 계속해서 새로운 젊은 소리꾼들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1930년대 평양고무공장 파업을 주도했던 노동자 강주룡의 일대기를 다룬 <체공녀 강주룡>,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렸던 이 시대 노동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판소리 TALE>, 동네서점과 도서관에서 납량판소리부터 출퇴근길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작창 판소리를 선보인 <일상판소리 페스티벌>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11월 17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생명안전후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악저지 문화제 다짐'에 함께 한다. 

문화제 다짐은,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을 2년 더 유예한다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마음을 모아 열리는 문화제다. 

어떤 마음으로 이 공연에 함께 하게 되었는지, 바닥소리 대표 정지혜 소리꾼과 전지혜 기획자에게 들었다. 인터뷰는 공연 준비 관계로 11월 15일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소리극 <다큐판소리 TALE> 공연 장면
ⓒ 바닥소리
 
- 최근 바닥소리가 집중하는 이야기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청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함과 그리고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기인해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닥소리는 청년 소리꾼 다섯 명이 모여 있습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피부로 느끼고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거대한 담론과도 같은 큰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다루는 것도 의미가 있는 공연이 될 테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아는 척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다큐판소리 TALE>, <체공녀 강주룡>, <일상판소리 페스티벌> 등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 다큐판소리 TALE에서 나누고 싶었던 얘기도 낮은 곳의 노동자들의 목소리였는데, 특히 이번 국회문화제에서 나눠주시는 '비정규직의 노래'와 '끊임없이 돌아가는 죽음의 고리', '레일이 돈다' 장면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비정규직의 노래'는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그것이 노동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리하는 장면입니다. 노동자가 겪은 부당함에 대해 조사하다 보면 대부분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그런 현실을 담아서 '비정규직'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동시에 여러 노동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죽음의 고리'는 컨베이어 벨트를 죽음의 고리에 빗대어 표현한 장면입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에도 계속해서 끼임 사고가 발생했고, 올해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이 계시잖아요. 이번 국회문화제 다짐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이어서 해당 장면을 준비해봤습니다.

'레일이 돈다'는 레일 위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택배 상자들을 싣고 분류하고 나르는 택배 노동자의 모습을 표현한 장면입니다. 한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개인사업자로 모든 경비를 부담해야 하는 점, 스스로를 돌볼 시간조차 부족했던 상황들, 그런 시간이 쌓여서 결국 과로로 사망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축약해서 담아냈습니다."

- 각각의 소리꾼들 공연 일정도 있고, 연말이라 아주 바쁜 와중에도 국회 문화제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이번 생명안전후퇴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를 위한 국회문화제 다짐에는 어떤 점에 주목하여 함께 하시게 되었나요? 

"바닥소리는 사회성 짙은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공연하며 바닥소리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메시지 전달에 대한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들려오는 산업재해 사고 뉴스를 접하면서 동료들과 그런 고민들을 많이 나눴던 것 같습니다.
올해 <다큐판소리 TALE> 공연을 전태일기념관에서 진행한 까닭도 비슷한 이유였는데요. 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기념관을 찾는 시민분들과 이 작품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마침 국회문화제 다짐 관계자분께서 기념관에서 공연을 보시고 바닥소리를 초청해주셨습니다. 바닥소리 작품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공연장에서의 공연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에 바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다큐판소리 TALE> 작품으로 노동을 하는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소리극 <다큐판소리 TALE>. 2023년에는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 바닥소리
 
- <다큐판소리 TALE> 공연에서 이미 다양한 노동의 속살을 매우 정확하게 다루고 있는 점이 놀라울 정도였는데, 작창을 위해 소재는 어디에서 찾고 어떤 식으로 공부하시나요? 

"<다큐판소리 TALE> 첫 기획 의도는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데요. 다함께 전태일기념관 전시를 관람하고 공부를 하면서 '그래서 지금은 전태일 열사가 바라던 세상이 되었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면 도대체 왜 달라지지 않았는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가 확장되어서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고, 모두의 Tale(태일)이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그렇게 '전태일이 나오지 않는 전태일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다양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뉴스 기사를 찾아보고,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공동 창작으로 대본을 완성했습니다.

평소에는 책이나 기사를 통해 꾸준히 세상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내면서 우리의 삶에 닿아있는 부분에서 소재를 찾습니다. 필요하다면 전시나 인터뷰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조금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면, '바닥소리'라는 단체에 소속된 단원으로서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지 고민한다는 점입니다. 바닥소리로서 지금 이 시점에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는지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다큐판소리 TALE>에서 택배상하차 같은 단순반복작업을 소리꾼들이 묘사한 장면이라든지, IT 노동자가 키보드에 묶여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몸짓 같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공연 레파토리 중에서도 혹시 눈여겨보기를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작품의 일부만 공연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움직임 없이 소리에 집중해서 공연할 예정인데요. 아무래도 작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어서 행사의 취지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리꾼들이 직접 글을 쓰고, 작창해서(소리를 지어서)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관람한다면 조금 더 가사와 내용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음악적으로는 소리꾼 여러 명이 소리하는 부분을 귀담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판소리는 소리꾼 한 명이 나와서 소리하기 때문에 보통 소리꾼들의 합창은 소리극 공연이 아니라면 들을 기회가 거의 없을 거예요. 소리꾼 여럿이 동시에 내는 소리에는 굉장한 설득력과 감동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공연을 함께 해주시는 관객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문화제에 귀한 날, 귀한 시간에,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에는 더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라며, 사회가 안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작품과 활동들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가 출연하는 '생명안전후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악저지 문화제 다짐'은 11월 17일 금요일 저녁 7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무료로 열린다. 젊은 소리꾼들이 한국사회의 산재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해냈는지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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