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하마스 본진 있다" 한밤 병원 들이닥친 이스라엘 탱크

박형수 2023. 11. 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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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 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급습한 이스라엘군은 “우리는 그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병력을 투입했다”면서 “알시파에서의 작전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작전 지휘 통제소가 있다고 지목해왔다. 현재 이 병원에는 환자와 민간인, 의료진 등이 최대 9000여 명이 머물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민간인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11일 가자 시의 알 시파 병원과 주변 지역을 촬영한 이미지. AP=연합뉴스

이軍 "병원 지하에 뭐가 있는지 안다"


1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익명의 이스라엘군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필요하면 알시파 병원에서의 군 작전은 확대될 것”이라면서, 자국군이 목표하는 하마스의 근거지가 병원 지하에 있는 게 분명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해당 관계자는 “우리가 병원에 진입하기로 결정한 건 그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분석을 마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2시께 알시파 병원에 전격 진입했다. 군은 성명을 통해 “알시파 병원 내 특정 지역에서 ‘정밀하고 표적화된 작전’의 수행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작전은 작전상 필요와 첩보 정보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입 병력에 의료진과 아랍어 사용자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내 모든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대해 투항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지하를 수색 중이며, 하마스에 붙잡혀온 인질들이 이 병원에 갇혀 있음을 나타내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알시파 병원 내부의 목격자는 “한밤중에 갑자기 병원 내부로 탱크 6대와 특공대원 100명 이상이 들이닥쳤다”고 BBC에 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응급실과 외과 병동으로 향했으며, 연막탄을 발사했다. 군인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쓴 채 아랍어로 “움직이지 말라”고 외쳤다.

모하메드 자쿠트 가자지구 보건부 병원 국장은 이날 레바논 매체 알 마야딘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응급실과 수술실에 들이닥쳐 환자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점령군이 건물을 습격해 어린이와 환자들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우리도 기도만 할 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밤새 병원 밖에서 하마스와 교전을 벌였으며 폭발물을 제거한 뒤 병원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 대원을 최소 5명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탱크에 신생아를 위한 이유식과 인큐베이터 등 구호품과 식량을 싣고 진입해 알시파 병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병원 내부에서 무기 등을 발견했으며, 이는 병원에 하마스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가자시티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알 시파 병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환자 등 4000명 대피 중"…민간인 추가 피해 우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오전 기준 알시파 병원에 약 700명의 환자와 400명의 병원 직원, 3000명의 민간인이 대피 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알시파 내부에 환자 650명, 직원 200~500명, 민간인 1500명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 병원에 최소 9000명의 의료진과 환자, 피란민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대규모 민간인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에 알시파 병원 환자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 알카일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 장관은 “인간성과 의료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범죄”라며 “점령군은 알시파 병원의 의료진, 환자, 피란민의 생명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대변인 피터 러너 중령은 CNN에 “알시파 병원과 의료단지는 하마스에 있어 작전의 중심 허브”라면서 “아마도 심장부이자 무게중심일 수도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게 밝혀질 경우,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는 병원의 지위는 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무력분쟁과 관련한 국제인도법에서 의료시설 공격이 엄격하게 규제되지만, 병원이 의료 서비스를 벗어나 명백하게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때는 공격을 면책하기도 한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심가에 있는 알시파 병원에 하마스의 주요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으며, 하마스가 병원 환자와 의료진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포위해왔다. 지난 13일엔 가자지구 란티시 병원을 급습해 하마스 대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기와 폭탄을 발견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고 “하마스가 병원을 인간 방패로 삼은 증거”라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도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군사 거점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지지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 브리핑에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가 알시파 지하에서 지휘 통제 센터를 운영한다는 자체 정보가 있다”면서 “하마스가 무기를 저장하고 이스라엘군 공격에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며,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알시파 급습은 백악관의 입장 표명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백악관의 언급을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진입에 대한 원칙적 승인’으로 풀이한 것이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진입 한 시간 전에 하마스에 “수 분 내에 병원을 급습하겠다”고 통보해, 병원 공격전 고지 의무를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또 “어제(14일) 가자 당국에 병원 내 모든 군사적 활동을 중단하도록 재차 통보했지만, 그들이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마스는 “백악관이 이스라엘의 거짓 진술을 받아들인 것은 점령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더 많은 학살을 저지르도록 하는 ‘청신호’가 됐다”며 “알시파 병원 진입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이스라엘 점령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알시파 병원의 군사 거점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환자와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며 국제적 개입을 요청하는 한편 병원에 군사시설이 있는지를 국제 사찰을 통해 확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급습 이후 “병원과 환자는 보호돼야 한다”며 “병원에서 무고하고 아픈 사람들이 총격전을 치르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알 시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작전 성공시 전쟁 소규모로 전환될 수도"


외신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알시파 병원 진입 작전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날까지 이스라엘군은 지상에 있는 하마스의 입법기구, 행정청사, 치안본부 등 통치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모두 점령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현재 하마스 조직원들은 가자지구에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공세가 덜한 가자지구 남부로 도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이스라엘이 당초 이번 전쟁의 목표를 ‘하마스의 군사조직과 통치역량을 완전 해체’로 삼은 만큼, 이번 작전으로 알시파 병원의 지하 터널에 자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군사 수뇌부 본진이 소탕되면 전쟁 양상이 ‘잔당 제거’ 수준의 소규모 작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제기구와 이슬람권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급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진입 후 “이스라엘은 테러국가”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요르단도 외무부를 통해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진입 작전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급습은 끔찍한 일이며 병원은 전쟁터가 아니다”고 성토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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