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유족 "경찰 무혐의 발표, 대부분 거짓"… 교육 현실 폭로 위해 모인 교사들
교사들 울음 삼킨 채 피해 사례 알려
"아동학대법,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필요"
교사들, 서이초 교사 진상규명 요구 예정
"대한민국의 학교들은 지난 10년간 수많은 법적 분쟁의 장으로 변화해왔다."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초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상수 학교폭력 사건 전담 변호사가 취재진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견은 익명의 교사들로 구성된 지난 10월28일 교원 총궐기 집행부와 공교육정상화 전략기획팀이 주관해 교사들의 잇따른 사망 사건을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 발언자로는 교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아동학대 신고 피해 교사, 박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서울 서이초 교사 유가족인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7월18일 서이초 사건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망 소식을 접하고 경찰서에 방문하자마자 고인이 '남자친구 결별'로 인해 자살을 했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후 경찰이 초동수사의 부실함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이후에도 참고인 조사 1회만을 진행하고 혐의가 없다며 시간을 끌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전날 경찰의 무혐의 결정과 관련한 질문에 "경찰은 무혐의를 발표하면서 '동생에게 직접 연락한 적 없다'는 등 여러 발표를 했지만, 세부 내용을 보니 대부분 거짓이나 확인되지 않는 말이었다"며 "유가족은 무혐의가 난 것에 대해 동의했다는 표현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서에 가서 내용을 들었을 때 경찰 입장에서 대부분 진술로만 조사해야 하는 한계성이 있다고 말했다"라며 "아직 확실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추가적인 협의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혐의점이 아예 없다고 확언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 현장의 상황에 대해 "아이들의 교육보다는 학부모의 고소를 더 신경 써야 하는 이 붕괴된 신뢰 사회에서 대체 누가, 아이들이, 선생님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나"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힘듦에 제 동생도 많은 선생님들도 지쳐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현직 교사들의 피해 사례도 소개됐다. 교사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언자들 몇몇이 울음을 삼켰다. 익명을 요구한 A교사는 지난해 7월 담임교사를 맡았던 반에서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고 전했다. 이후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제기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자살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1년6개월 만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장 상황이 얼마나 힘드나'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윤모 교사도 "지금 아동학대법으로는 어떤 말도 행동도 모두 다 정서적 아동학대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교실에서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저를 아동학대자로 만드는 증거로 돼 있다"라며 "어느날 밤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매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에 가지 않는 방법은 '죽는 것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A교사도 "전화, 문자 폭탄을 당하고 나면 고통스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라며 "그 일(소송)을 겪으면서 소주 8병 정도를 마셔야 했다"고 말했다.
전략기획팀 소속 김상규 교사는 "한국의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9월1일부터 시행했다"라며 "하지만 학생생활지도 고시 시행 이후에도 학교현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교사들은 '아동학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전략기획팀 소속의 임소영 교사는 "도대체 무엇이 교사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는 걸까"라며 "바로 교육 관련 법(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의 모호성과 악용, 그리고 시스템의 부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복지법 제17조5항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한다는 조항은 정서적 학대 행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악용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라며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동의 성장을 위해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 힘쓰기보다는 그저 아동과 학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통해 학교폭력 업무 자체를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학교 측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 해도 이를 조사하는 선생님은 가해자와 그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다"라며 "고소를 당한 선생님은 즉각 직위해제 된다"고 했다. 이어 "결국 선생님들은 학교폭력 문제에 매우 소극적이 된다"라며 "모든 학교폭력사안은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악성 민원에 대한 제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 대표는 "악성 민원 등 학교 내부의 문제가 생겼을 때 오직 혼자만 그 일을 처리한다는 점이 저는 너무 화가 났고 슬펐다"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서 한명한테만 모든 부담이 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사도 "대한민국의 학교는 법적인 분쟁이 생겼을 경우 교사가 수업을 하면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혼자 내버려두고 있다"라며 "병원이나 회사처럼 법적 분쟁이 생겼을 경우 교육청에서 변호사 선임부터 변호사 비용 청구, 공무상 재해 신청 등 (사망할 경우) 순직 인정 과정까지 '원스톱'으로 교육청에서 대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략기획팀은 향후 서이초 사망 교사의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을 요구하기 위해 서초경찰서와 인사혁신처를 찾아가겠다는 계획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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