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연율 -2.1% 뒷걸음…엔저·인플레 탓 올해 회복세 꺾여
올해 들어 플러스(+) 성장하던 일본 경제가 3분기에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에 기록적인 엔저(低) 추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한 영향이다.
15일 일본 내각부는 지난 7~9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5%(계절조정, 속보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0.1%를 밑돈다. 이 추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해 계산하는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2.1%다. 일본 경제는 올해 들어 1분기(전 분기 대비 0.9%)와 2분기(1.1%)에 ‘깜짝 성장’했지만, 지난해 4분기(-0.1%)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뒷걸음질 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3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 등과 대비되는 결과”라며 “인플레이션 때문에 일본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였고, 글로벌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으로 기업 투자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3분기 가계 최종 소비지출(계절조정 전기 대비)은 0.1% 줄었다. 개인소비가 일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는 만큼 이 지표의 부진은 경제 성장률 하락과 직결된다.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본의 실질 임금은 지난 9월 기준 2.4%(전년 대비) 줄어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민간기업의 설비투자도 전 분기보다 0.6% 감소했다. 소비와 투자 모두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반도체 시장 조정이 길어지면서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수출은 2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분기(3.9%)에 비해 둔화한 0.5% 증가에 그쳤다. 수입(1%)이 수출보다 더 크게 늘었다.
올 연말까지 경제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화 가치가 33년 만 최저 수준인 탓에 수입 물가는 올랐는데, 가계와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엔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부진한 임금 인상으로 일본의 소비 심리는 더 얼어붙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기무라 타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미·중의 수요가 둔화해 일본 수출에 타격을 주면서 4분기 경제성장률은 더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한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늦어질 수 있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이는 BOJ가 통화정책 전환을 연기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고 짚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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