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까지 가세한 횡재세…민주당案 대로면 최대 2조원 부과

김남준 2023. 11. 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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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 이익 환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은행 ‘횡재세법’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횡재세 도입이 현실화하면 은행권에선 모두 약 2조원을 뱉어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이익 최대 40%까지 환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15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 의원이 전날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금융회사 초과이익에 대해 최대 40%를 부담금 형태로 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과이익이란, 각 금융회사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을 때를 의미한다. 만약 그해 순이자수익이 과거 5년 평균의 120%를 넘으면, 넘는 금액에 최대 40%를 ‘상생 금융 기여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 ‘상생 금융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사업에 쓰인다.

김 의원실은 “은행 초과 이익에 과세하면 이중과세 논란과 조세 소급 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어, 부담금 형태로 금융사에 기여금을 부과하도록 했다”면서 “은행을 기준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납부 대상과 실제 징수 규모는 대통령령으로 정부가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도 은행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법’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이번 김 의원 법안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이개호 정책위원장 등도 참여하면서 사실상 당론으로서 무게감을 가지게 됐다. 여기에 강은미 정의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 용 대표도 서명했다.


12개 은행에서 약 2조원 환수할 듯


김경진 기자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은행이 지는 부담은 자연히 치솟을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상생 금융 기여금’ 부과 대상이 되는 ‘순이자수익이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은행은 올해 총 12개로 추산된다. 이때 올해 순이자수익은 6월 말까지 집계한 반기 순이자수익의 2배로 계산했다.

구체적으로 NH농협은행(3280억6630만원)이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어 KB국민(3263억9811만원)·하나(3102억835만원) 은행 순이다. 12개 은행의 부담금 합은 약 1조9666억149만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은행권이 발표한 전체 상생 금융 혜택이 약 1조원인데, 법이 통과되면 이 금액의 2배 가까운 돈을 다시 부담금 형태로 내야 한다.

부담금은 일회성이 아니라, 직전 5년의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을 때마다 계속해서 지급해야 한다. 사실상 은행의 이자이익에 상한선이 씌워지는 셈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강제로 은행에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것 대신에 국회가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이익 환수 고민


야당의 횡재세법 추진과 별도로 금융당국도 은행권 이익 환수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 횡재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횡재세 부작용 우려에 일단 은행의 자발적 재원 출연 방안을 먼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6일 열리는 금융당국 수장과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이익 환수를 압박하면서, 은행권 내부에서는 “도대체 얼마를 내놔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앞서 신한·하나은행이 1000억원의 상생 금융안을 먼저 발표한 만큼, 이후 출연하는 금액은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은행이 출연하는 금액은 야당이 횡재세법으로 부과하려는 부담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 이익 환수 득보다 실이 커”


전문가들은 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과도한 이자이익을 누리는 것에 대해 제한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은행 이익 환수를 강제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연체율이 올라가고 은행의 이자 이익도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면서 “지금 버는 돈은 그때 발생할 손해를 대비하는 차원도 있는 것인데, 이를 환수해 버리면 은행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악영향”이라고 했다.

이익 환수보다 과도한 예대마진을 감독하는 방향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과도한 이익은 은행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게 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익을 환수해서 다른 데 쓰기보다 예대마진이 커지는 것을 감독하는 게 더 필요한 방법”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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