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극화의 시대, 팩트체크는 계속 돼야 한다"
편집자주 국내 유일의 비영리 팩트체크 플랫폼 SNU팩트체크센터에 대한 네이버의 지원이 최근 중단되면서 국내 언론학계와 해외 팩트체크 저널리즘 단체들로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언론의 팩트체크 기능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 25일(현지시간)~28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3대 팩트체크 플랫폼 중 한 곳인 폴리티팩트(PolitiFact)를 찾았다.
2007년 출범한 팩트체크 전문 플랫폼 폴리티팩트는 전 세계 팩트체커의 롤모델로 꼽힌다. 투명한 검증 과정과 팩트체크의 정확성, 불편부당한 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티 샌더스(Katie Sanders) 폴리티팩트 매니징 에디터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톤(tone)"이라고 했다. 팩트체크 결과물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난이나 조롱의 뉘앙스를 피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폴리티팩트 플로리다 지사에서 워싱턴D.C.본부를 연결한 화상통화에서 샌더스는 아울러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톤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매일 독자들의 '공격'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의 발언을 팩트체크한 결과가 나오면, 공화당 극성 지지자들은 그 결과를 믿지 않는다. 대신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인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양극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나아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 때문에 팩트체크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그러한 결론을 내게 된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폴리티팩트의 판정 결과에 신뢰성을 더하는 것은 '체임버 프로세스(Chamber process)'다. 기자가 팩트체킹을 마치더라도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편집자와 편집장 등이 그 기사와 판정을 리뷰하는 단계가 있다. 이 체임버 미팅을 통해 판정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뤄진다. 샌더스는 "만장일치의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의견이 갈릴 때도 있다. 그럴 땐 다수의 에디터가 내놓은 평가를 따르게 된다. 해당 기자의 의견도 수렴한다. 단, 결정은 에디터들의 몫이다."
판정 결과를 지지하는 출처, 전문가의 인용 또한 철저한 투명성을 강조한다. 폴리티팩트의 팩트체커들은 전문가 풀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단순히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다. 서맨더 퍼터먼(Samantha Putterman) 폴리티팩트 플로리다 기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말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맞는지, 증거가 있는지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이 '이 분야에 관한 전문가로 인정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그들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선 안 된다. 퍼터먼은 "그들의 정당 가입 여부, 선거 캠프 참여 이력, 기부 이력 등 이해관계를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2010년대 들어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외형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에도,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부에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독자가 팩트체크 기사를 읽어도 선입견과 편향 때문에 기존의 입장을 바꾸진 않는다는 것이 주요 비판이다. 허위정보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정치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팩트체커들은 "그럼에도 팩트체킹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애런 샤로크먼(Aaron Scharockman) 폴리티팩트 수석에디터는 "펙트체킹이 이뤄진다는 것만으로도 권력자들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진실만을 말하는 환경과 사회를 지향하면서 건강한 시스템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양극화에 대해서도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는 자세와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노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 그린버그 폴리티팩트 선임기자는 "여전히 허위정보, 가짜정보가 퍼지고 있기 때문에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목표를 잃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미국 역시 지독히 양극화된 사회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정치에 관심이 크지 않고 평온하다. 정치 뉴스에 감정적이지도 않다. 우리의 독자는 바로 그들이다." 그린버그는 "정치적 편향성에 매몰돼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의 사람보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평범한 독자들이 더욱 많다. 그런 사람들은 오늘, 이 순간에도 팩트체킹 사이트를 찾고 있다. 팩트체커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SNU팩트체크센터, 포인터연구소가 공동진행한 팩트체크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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