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폐어망, 플라스틱으로 재탄생……SK지오센, ARC 첫 삽

정동훈 2023. 11.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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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첫해, 매출 7000억·영업익 3000억 목표

세계 최초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모두 사용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가 울산에 들어선다.

SK지오센트릭은 15일 울산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약 6만5000평)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조성한다고 밝혔다.이날 기공식을 가진. 이 시설은 국제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다. 투자비용은 총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완공시기는 오는 2025년말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두겸 울산시장, 박성민 국회의원, 환경부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등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종합 재활용 단지인 울산ARC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세계 최초·최대 폐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울산 ARC'

울산 ARC는 매년 32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약 9%를 처리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의 경쟁력은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구현한다는 데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재활용 횟수에 제한이 있고 물성이 약해지는 물리적 재활용과 달리 물성을 유지하면서 횟수에 제한이 없는 재활용 기술을 말한다.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한다.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플라스틱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찾고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울산 ARC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및 후처리 기술(폐비닐 등 재활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 기술(PET 재활용)을 모두 활용하는 세계 최초의 산업 단지가 될 전망이다. 이 3대 기술을 통해 SK지오센트릭은 그간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비닐, 현수막, 폐어망, 기름 등 이물질이 묻은 페트병, 오래된 운동복 등의 쓰레기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폐플라스틱 원료를 피드 스탁(Feed Stock)이라 부른다. 구매 비용이 저렴한데다 탄소중립 시대에 '더 어려운 재활용'을 했기에 글로벌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브랜드들이 앞다퉈 찾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들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 공장을 마더 팩토리 삼아 추후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전날(14일) 서울시 종로구 SK그린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활용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맥킨지 자료)"며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포장재 기업인 암코 등에 생산될 물량의 약 30%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 참석한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사장들이 울산ARC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Daniel Solomita) 루프(Loop Industries) 사장, 잉 스테이튼(Ying Staton) 플라스틱에너지(Plastic energy) 부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플라스틱 재활용, 매출 7000억↑…'석유화학 르네상스' 이끌까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통해 석유화학 기업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화학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Renaissance)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재생, 부흥(부활)의 개념인 르네상스를 플라스틱에 적용,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다시 쓰임새를 찾도록 하고 화학산업에도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다.

울산 ARC가 가동되면 SK지오센트릭의 실적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나 사장은 "가동 전 100% 선판매까지도 가능하나, 첫 공장이고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의 가격이 더욱 올라갈 수도 있기에 70%선판매 라는 목표를 수립했다”며 “가동 첫 해 매출은 7000억원, 이익은 2500억~3000억원 정도를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트너사 CEO(최고경영자)들도 자사의 기술력 그리고 울산 ARC와 함께할 미래 성장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로 페트(PET)를 재활용하는 캐나다 루프(Loop)사의 다니엘 솔로미타 CEO는 "SK지오센트릭과 울산 ARC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화학 제조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SK지오센트릭은 루프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미국 PCT사의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CEO는 "한국은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이자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PCT의 기술 시설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라 판단한다"며 "SK는 제조업계 글로벌 리더이며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특히 PP)에 대해 당사와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이라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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