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만 본' SK지오 ‘울산 ARC’, 석화 ‘脫탄소' 시대 연다 (종합)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생산 단지, 15일 첫 삽
나경수 사장, 울산ARC 대한 '애정표현'…"'역사적인 기공식'
상업화 후 연 매출 7000억원 상회 전망…영업익 약 3000억

14일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울산 ARC' 착공을 하루 앞두고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울산 ARC'를 소개하고 있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저희가 내일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의 역사적인 기공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누가 어제 나보고 우는 거 아니냐고 그러던데...”

‘울산 ARC 기공식’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행사 시작에 앞서 이 같은 소회를 밝히며 ‘울산 ARC’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 사장의 소감처럼 SK지오센트릭으로서는 울산ARC가 첫 삽을 뜨는 것 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2020년 ‘석유화학산업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당시 안정적인 수익원이자, 대한민국 최초 화학공장이며, 회사의 ‘얼굴’이었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지했다.

울산 ARC는 세계 최초, 최대 플라스틱 재활용 생산 단지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갖추게 된다. 글로벌 파트너사인 LOOP의 페트(PET) 해중합, PCT의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추출, 플라스틱에너지의 열분해 기술이 모두 한 곳에 모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각 사의 CEO도 참석했다.

국제 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21만5000㎡ 규모 부지에 들어서며, 총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5년이다.

나 사장은 “플라스틱 재활용은 많이 하고 있지만, SK지오센트릭은 소각이나 폐기될 수밖에 없는 아직은 잘 재활용되지 않는 폐플라스틱에 주목했다”며 “이를 위해 선진화된 재활용 기술이 필요했고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파트너 3사와 협업을 통해 우수한 기술을 확보했고, SK와 몇 년간 협업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울산 ARC의 상업화에 따른 연매출은 현재 선판매 되는 제품 가격을 바탕으로 추산해 7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영업이익은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전망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근거로 2500~3000억원을 산출했다. 앞서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규모가 2025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나 사장은 “현재 가격이 계속 지속된다고 하면 이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익성은 수요와 성장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맥킨지 예측과 함께 많은 글로벌 브랜드 오너들이 2025~2030년 얼마만큼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규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 참석한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사장들이 울산ARC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Daniel Solomita) 루프(Loop Industries) 사장, 잉 스테이튼(Ying Staton) 플라스틱에너지(Plastic energy) 부사장 ⓒSK지오센트릭

중단기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것과 함께 2027~2028년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마진 상승을 기대했다. 또 현재 약 30%인 선판매 비율은 내년 혹은 내후년 목표 달성 수치인 70%를 무난히 달성할 수 것으로 예상했다.

나 사장은 “가동 전 선판매로 제품을 100% 팔 수도 있지만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일단 첫 공장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익의 수준을 픽스해놓고 가고 싶어 70%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폐플라스틱 수거는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 사장은 “깨끗하지 않은 상태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모으는 중”이라며 “가동 전이지만, 폐플라스틱 시장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제휴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수집 중이다. 폐플라스틱 전체 타깃의 60% 정도는 다양한 계획을 통해서 확보했고 중소기업에게는 기술이나 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연간 에비타(EBITDA)가 4000~5000억원을 기록해, 현재도 충분한 자금을 갖췄단 것이다. 이와 함께 추가 재무 조달을 통한 계획들도 이미 확보해 재원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단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국내 한정으로, 글로벌 증설을 위한 자금 조달 부분에서는 부담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나 사장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나 오히려 한국에는 문제가 없다”며 “전세계적으로 같이 공장을 짓자는 파트너들이 많은데, 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각종 산업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추격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걱정도 없다고 한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은 정보가 중요하다. 정보의 시대에서 중국이 충분한 LCA(life cycle assessment) 데이터를 제공하는 제품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전망이 영원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현재 중국이 취급하는 제품은 범용제품이고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은 고부가가치(스페셜티)”라고 강조했다.

파트너사인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도 중국 기업으로 인한 ‘출혈경쟁’ 발생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사장은 “미래 언젠가 가격 경쟁이 될 수 있고 재활용 시장이 재편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그건 너무 먼 미래”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기에 가격 경쟁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