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박 아닌 이도 응원, 대학 안 가는 이도 응원"
[교육언론창 윤두현]
▲ '투명가방끈'이 서울 문래역 앞에 내건 현수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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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 가는 사람들도 응원합니다. 수능 대박 꿈꿀 수 없는 사람들도 응원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날(16일)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부터 합정역 등 서울지역 10여 곳에는 수능을 보지 않는 '비진학자'를 응원하는 현수막이 게시되고 있다.
자발적인 수능 포기자, 또는 대학을 중퇴한 이들이 모인 '투명가방끈'은 현수막을 건 이유를 "입시와 수험생들에게 주목하고 경쟁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시기에, 대학 비진학자, 비대졸자 등 소수자들의 존재를 이야기함으로써 차별과 배제를 낳는 입시경쟁, 대학 중심주의 문제를 환기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비진학자든 진학자이든 한치의 오차없는 동등한 선택"
'우리들의 실패, 실패자들의 연대'라는 구호와 함께 열리는 경험·실패담 공모에서는 수능에서, 교육에서 '스스로 배제'된 이들의 사연이 '투명가방끈' 홈페이지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학업을 포기한 개인적 경험과 함께 "비진학자든, 진학자이든 한 치의 오차없는 동등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을 서울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A군은 "19살의 수능 날, 나는 수능 시험장이 아닌 직장으로 향한다"며 "치열한 입시경쟁이 더욱 고단한 길처럼 느껴져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견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진학자라고 어쩔 수 없이 취업해야 했다거나, 힘겹고 안타깝게 본다면 큰 착각"이라며 "설사 그 편견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비진학자도 진학자와 한 치의 오차없는 동등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곳곳에 걸린 수험생 응원 현수막을 보면 쓸쓸한 기분이 든다"며 그 이유를 "정부가 잼버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고교취업장려금 예산을 끌어다 쓴 일도, 직업계고 자격증 취득비용 지원 예산이 2년 연속 전액 삭감된 일도 우리는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정부 정책의 형평성을 지적했다.
▲ '투명가방끈'이 수능에 맞춰 서울 지역 10여 곳에 게재한 현수막 이미지 @ 투명가방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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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에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하다가 지난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B군은 자신의 '실패 경험담'을 담담히 밝혔다.
그는 "갑자기 담임이 시험에서 내가 1등, 그리고 다른 친구가 2등했다고 말했다. 2등 한 친구를 밀어내고 1등을 차지한 '승자'였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나의 승리가 다른 친구의 실패를 통해 이뤄지는데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생존과 계급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갈아 넣어야 하는 학교의 풍경이...(중략)...실패를 짓밟고 올라선 이들을 '성공했다'고 하는 사회가 기괴했다. 이런 세상에서 도무지, 정말 도무지 성공할 수 없었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그 광경 속에서 나는 결국 제 발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대학 못 가겠다고 말했다"며 "지고 이기는 것 중 어느 쪽도 싫었고, 학교 안에서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게 싫었다"며 학업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수능 끝난 16일 오후 7시, 합정역 부근에서 '실패자들의 파티'
이어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지금의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작더라도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다"며 "지금의 입시제도에 끈질기고, 지독할 정도로 저항하고 싶다"고 앞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다짐했다.
한편 '투명가방끈'은 수능시험이 끝나는 16일 오후 7시 서울 합정역 부근 한 카페에서 비진학자들이 함께하는 '실패자들을 위한 파티' 행사를 연다.
▲ 16일 오후 7시 합정역 부근에서 열리는 '실패자들의 파티' 홍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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