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고령 난임’… 원인과 치료법은? [난임에 대해 쉽고 유익한 정보를 알려드릴 산부인과 전문의, 이유정 입니다.]

헬스조선 편집팀 2023. 11. 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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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이란 부부가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졌음에도 1년 이내에 임신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여성의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면 6개월 이내 임신하지 못했을 때 난임에 해당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준비 여성 약 20%가 난임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2023년 인제대학교 한정열 연구). 뿐만 아니라 2023년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하락하는 등 난임은 이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난임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난임률은 올라가는데, 특히 35세 이상 여성은 가임 능력이 급격히 감소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난포세포 수가 감소하고 난자의 질이 떨어지며, 생식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해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또한 저하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수면 부족, 스트레스, 극심한 다이어트, 흡연, 환경호르몬 노출 등과 같은 환경에도 노출돼 있어 임신 가능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란장애, 대사증후군, 비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역시 난임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고령 난임 환자도 포기하기엔 이르다. 난소 기능과 자궁 환경은 복합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전반적인 생식 기능을 조사하고 임신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단계별로 분석하면 적절한 치료 방향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난임 초기에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는 것은 조기에 난임 원인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 전 초음파 검사, 호르몬 검사, 성병 검사, 자궁경부암 검사, 자궁난관 조영술 등 기본 검사들을 통해 산과·내과적 건강 상태를 살펴야 한다. 고령 난임의 경우 시간이 지연될수록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고령이었지만 진단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몸 상태를 개선한 뒤 자연임신에 성공한 경우가 있다. A환자는 결혼한 지 8년 가까이 됐는데 임신이 안 됐다. 지속되는 질 출혈이 있었고, 이로 인해 배란 주기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먼저 기초 검사를 진행해 보니 BMI가 27.23이었다. 지방간을 동반한 간 수치 상승 소견도 있었다. 피검사 결과 전형적인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AMH(난소나이검사)는 무려 24.0ng/ml였다.

난임의 원인이 다낭성난소증후군에 있었기 때문에 우선 몸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출혈의 원인을 잡아가기로 했다. 체중이 좀 나가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었던 만큼 인슐린 반응 개선제를 투여하면서 난포를 키우는 주사를 시도했고, 다낭성인 경우 대부분 클로미펜보다 페마라 배란유도제의 반응이 좋아서 이 또한 시도했다. 동시에 건강 상태 회복을 위해 식습관 개선을 권유했다.

그 결과, 질 출혈이 없어지고 간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최종적으로 2번의 자연 임신 시도 끝에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인공수정은 물론, CT, 나팔관 검사, 시험관도 하지 않았다. 하와이 여행을 시켜주고 싶다는 환자의 말에 필자는 빙그레 웃음 지을 수 있었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준비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아이가 나 때문에 잘못되지는 않을지’, ‘임신이 될지’ 등 많은 걱정을 안고 내원한다. 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나 막연한 불안감은 오히려 임신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현재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 검사를 받고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계획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체중을 조절하고, 규칙적인 생활, 식습관, 가벼운 운동을 병행하는 등 일상생활 습관부터 개선하고 준비한다면 분명히 건강한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고자: 서울IVF여성의원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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