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3277만원 쓴 청소년…경찰, 사이버 도박사범 3155명 검거

경찰이 8개월 동안 사이버도박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3000명이 넘는 사이버 도박사범을 검거했다고 15일 밝혔다. 불법 웹툰 등 청소년 유인 요소가 있는 도박사이트 단속 결과 청소년도 39명이나 검거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8개월 동안 ‘4대 악성 사이버범죄 집중단속’의 일환으로 집중단속을 한 결과, 3155명을 검거하고 이 중 12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도박행위자 등 수요자는 2679명(85%)이고, 도박사이트를 제작하거나 운영·광고하는 등 공급자는 476명(15%)이었다.

도박 종류별로는 파워볼게임, 캐주얼게임, 사설 HTS(Home Trading System)를 이용한 주식·외환·선물상품 베팅 등이 42.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이 불법 스포츠토토(34.6%), 불법 경마·경륜·경정(12.0%), 불법 카지노(11.3%) 순이었다.

도박 사범 연령대는 20~3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가 28.8%, 30대가 28.3%였다. 20~30대가 전체 피의자 중 절반을 훌쩍 넘긴 것이다. 그다음이 40대(18.5%), 50대(14%), 60대 이상(7.2%), 10대(3.2%) 순이었다.

도박 사범 직업 중 가장 많은 것은 무직(58.7%)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비스직 19.4%, 사무직 13.6%, 전문직 3.8%, 학생 3.7%, 공무원·군인이 0.8%였다.

주요 사례로는 2021년부터 미국 달러, 금 투자 명목으로 허위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30억원을 가로챈 사건, 지난해 630억원대 규모의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린 일당 5명이 검거된 사건 등이 있다. 또 조직폭력단체가 가담한 11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억3000만원을 벌어들인 일당 20명도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도박사이트에 접근이 쉬워지는 반면 사이트 개설이나 운영에 드는 비용은 줄어 성인은 물론 청소년까지 가담해 범죄수익을 얻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경찰은 청소년 사이버도박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불법 웹툰이나 불법OTT 사이트 배너 등으로 청소년을 유인하는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9월 25일부터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 수사대를 중심으로 청소년 유인 요소를 이용한 도박사이트를 이달 10일까지 47일간 단속한 결과, 353명을 검거하고 이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이들 중 성인은 314명, 청소년은 39명이었다. 청소년들은 도박 금액이 50만원 미만자가 대다수여서 수사가 마무리된 청소년에 대해서는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찰서장의 청구로 진행하는 약식재판이다.

하지만 최대 3277만원까지 도박 금액을 사용한 청소년도 있었다. 해당 청소년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청소년이 도박에 사용하는 평균 금액은 약 125만원이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는 ‘친구나 지인이 알려줘서(67.6)’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온라인상 도박광고(18.9%)’, ‘금전적 욕심이나 호기심(13.5%)’순이었다.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도박 유형은 바카라 등 불법 카지노가 62.2%로 가장 많았고, 스포츠도박(21.6%) 캐주얼게임(13.5%) 슬롯게임(2.7%)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님들이 주로 아이들의 성적에 관심을 갖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잘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경찰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서 다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사전 예방 교육, 또 도박에 중독된 학생들에 대한 치료 및 상담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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