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해맞이 사업 간담회 열었지만... 불교계 반대 입장만 재확인

양산시민신문 엄아현 2023. 11. 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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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연 양산시장, 절차상 잘못 인정 사과... "훼손된 정상부 복원 취지"

[양산시민신문 엄아현]

 천성산 해맞이 사업 간담회에 참석한 내원사 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엄아현
 
경남 양산시가 내원사 스님들 반대에 부딪힌 천성산 해맞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대화 자리를 마련했지만, 불교계 반대 입장만 재확인했다.

양산시는 지난 13일 내원사·통도사·미타암 등 불교계 인사를 비롯해 양산시민통합위원회·양산시의회·환경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천성산 해맞이 사업 간담회'를 진행했다.

앞서 양산시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천성산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사업비 5억 원을 들여 정상부에 일출을 조망하는 '천성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천성대 설치 예정지는 내원사 사유지라 양산시가 사전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자 내원사가 반발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양산시가 천성대를 과거 군부대가 주둔했던 시유지로 옮겨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내원사는 '천성산은 하나이고, 물 저장고와 같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한 양산시가 불교계를 초청해 오해를 풀고 사업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양산시장 "결례 사과한다"
 
 천상산 해맞이 사업 간담회에서 나동연 양산시장이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엄아현
 
나동연 양산시장은 애초 내원사 사유지에서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려 한 점을 언급하며 "내원사를 직접 찾아가 사업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의하는 절차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결례를 범했던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맞이 사업은 결코 훼손이 아니라, 지뢰 제거 작업으로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천성산 정상부를 '복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더불어 원효대사 가르침으로 천인의 성인이 탄생한 명산을 성지화함으로써 천성산 가치를 전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내원사 주지 지도 스님은 "어느 날 (양산시가) 설계를 들고 왔을 때, 어떻게 땅 주인도 모르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너무 놀랐고 믿을 수가 없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어 "천성산은 예로부터 사시사철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 '물의 산'으로, 그 물이 발현하는 정상부가 조금이라도 훼손된다면 천성산 명성은 희미해질 것"이라며 "천성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좀 더 특별한 관광 브랜드를 가지고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발언한 내원사 탄호 스님은 "테마를 만들려면 정확한 숙지가 필요한데, 원효대사 화쟁사상 등 불교 교리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테마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그저 무엇인가 정책을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 역시 "멀리서 바라볼 때는 그저 신성한 천성산으로 보였는데, 직접 올라가 보니 너무나 훼손이 많이 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며 "때문에 휴식년을 갖고 천성산을 복원하는 사업을 먼저 한 후에, 천성산을 세계에 알릴 방안을 시민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김영희 시민통합위원회 위원은 "자연에 대한 개발도 보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두 가지가 균형 있게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약자나 장애인도 충분히 명산의 비경을 즐길 권리가 있기에 오히려 천성산을 올라갈 수 있는 길(차도)도 더 확장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원현 시민통합위원장 역시 "양산지역 많은 초·중학교 교가에도 천성산이 나올 정도로, 천성산 습지가 소중하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사업은 천성산을 36만 양산을 넘어 대한민국에 알릴 좋은 기회이기에, 보존을 충분히 고려하며 훼손 없이 천성대 설치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 시장은 "오늘 이 자리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간인 만큼, 오늘 나온 내용을 정리해서 조만간 내원사를 다시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양산지역 환경단체가 천성산 해맞이 사업을 반대하는 취지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간담회에 참석했다.
ⓒ 양산시민신문 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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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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