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관광은 지겨워, 90만 원 들고 제주 장악한 중국 MZ세대
[제주의소리 김정호]
▲ 13일 오전 10시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인근의 한 편집숍에 문이 열리자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와 쇼핑을 즐기고 있다. |
ⓒ 제주의소리 김정호 |
13일 오전 9시 50분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인근에 위치한 편집숍 앞에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불이 꺼진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더니 곧이어 나란히 출입문을 주시했다. 오전 10시 정각 건물 1층에 조명이 켜지고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색조 화장품 코너로 이동한 이들은 쉴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제품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샘플을 꺼내든 직원은 중국어로 대화하며 제품 설명에 열을 올렸다.
잠시 후 숙소에서 바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매장 한쪽을 가득 메웠다. 마치 단골인 마냥 장바구니가 금세 가득 채워졌다. 화장품과 액세서리, 과자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제주에서는 중국판 MZ세대로 불리는 '탕핑족'이 새로운 관광 수요층으로 등장했다. 소비문화까지 확 달라지면서 제주 관광업계는 또 다른 기회와 마주하게 됐다.
▲ 13일 오전 10시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인근의 한 편집숍에 문이 열리자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와 쇼핑을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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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10시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인근의 한 편집숍에 쇼핑을 즐기고 있는 선자냔(28, 왼쪽)·왕팅(28)씨가 방문 소감을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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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의 한 편집숍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왕팅(28)씨는 단체여행을 할 이유가 없다며 본인이 원하는 쇼핑과 식도락을 위해서는 자유여행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왕씨는 "중국 항저우에서 3박4일 일정의 자유여행으로 왔다. 제주는 비자도 필요 없고 SNS에서도 소개가 잘 돼 있어서 해외 여행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편집숍에 중국인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면세점 품목은 중국 현지 가격이 오히려 저렴한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한국제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 편집숍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편집숍의 한 점장은 "매장 방문객 10명 중 8명은 중국인이다. 대부분 자유여행을 즐기는 젊은층"이라며 "소비 촉진을 위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은 단체 중심의 '유커'와 보따리상인 '다이궁'이 주를 이뤘다. 반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탕핑족 중심의 개별 관광이 새로운 관광 문화로 자리 잡았다.
▲ 13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객실을 나와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검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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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에서 중국인 관광객 탕쟈치씨가 제주 여행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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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앞에서 만난 탕쟈치(25)씨 역시 자유 여행을 즐기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4박 일정으로 제주를 찾은 탕씨의 여행 경비는 총 90만 원이다.
탕씨는 "단체여행은 제약이 너무 많다. 내가 원하는 여행을 위해 친구와 단둘이 왔다"며 "똑같은 일정과 동선은 싫다. 원하는 곳을 찾아가며 여행을 즐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는 중국에서도 자연환경으로 잘 알려져 있고 무엇보다 무비자여서 접근성이 장점"이라며 "샤오홍수(SNS)에도 여행 정보가 많아 젊은층이 방문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선호하는 방문지에 대해서는 "일단 아름답고 멋있는 곳, 로컬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을 선호한다"며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맛집도 찾아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 13일 오전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제주목 관아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 감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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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제주목 관아에서 중국인 관광객 왕이린(24, 왼쪽), 왕추(24)씨가 여행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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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핑족 중심 관광업계의 전략 마련 절실
목 관아에서 만난 중국인 왕이린(24)씨는 원도심의 접근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유명 관광지와 달리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쉽고 옛 건물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왕씨는 "이곳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SNS에 사진을 올릴 포토 스팟도 많다"며 "오후에는 바로 앞 칠성로로 이동해 쇼핑하고 맛집도 수소문해서 찾아다닐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기 말고도 성산 섭지코지와 애월 한담 카페 등이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소문나 있다"며 "샤오홍수를 통해 제주의 여행 스팟들이 계속 소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년 중국 MZ세대 소비패턴 및 여행행태 분석'에 따르면 중국 MZ세대는 최소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둘러보는 체험 중심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처럼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탕핑족에 대응한 관광업계의 전략 마련이 절실해졌다. 달라진 소비 흐름에 맞춘 대중교통 편의성과 결제 시스템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노석주 제주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그룹 매니저는 "과거 단체 관광객은 여행사 동선을 따라 다녔지만 MZ세대는 SNS를 활용해 미리 일정을 짜고 여행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된 상황에 맞춰 중국 페이 결제 시스템과 대중교통 편의성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 내 SNS의 파급력을 고려해 친절한 관광 이미지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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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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