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러 협력 '저지 방안' 구체화하는 한미일…"국제 평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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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평화 심각히 위협"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14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 15일 외교부는 "(3국 외교장관은) 북ㆍ러 군사 협력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긴밀한 한ㆍ미ㆍ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의 침략 전쟁 지원 등 갈수록 심화하는 북한의 역내 불안정 행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9일 한ㆍ미 외교장관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진행 중인 대북 군사 기술 이전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3국 차원에서 북ㆍ러 군사 협력 저지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동사 다발 제재 가능성
당장 한ㆍ미ㆍ일, 더 나아가 유럽연합(EU) 등 서방까지 동시다발식 대북·대러 제재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 9월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에 관여한 북한 개인과 기관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 또한 이보다 앞서 올해 초 북한과 무기를 거래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제재하고 지난 7월 바그너 그룹 수장을 지원한 북한 개인을 제재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등 전략무기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단서가 포착되면 제재 대상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 2270호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위법행위 당사자인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조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중간 보고서에도 "북한의 무기와 포탄 수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됐을 뿐 실제 무기 거래 여부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위의 결론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안보리가 마비된 상황에서 결국 뜻을 함께 하는 국가들이 소다자 연합 제재에 나서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한ㆍ미ㆍ일은 3국이 함께 안보리 상임·비상임이사국으로 자리하는 내년 중 유엔 차원에서 추가 조치를 꾸준히 추진할 방침이다. 구속력이 있는 안보리 결의는 도출하지 못하더라도 사안을 공론화하며 북한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효과는 높일 수 있다.
한편 북ㆍ러 군사 협력 또한 마찬가지로 북한이 뜻하는 만큼 당장 강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이 두 개의 전선을 감당하게 되면서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에 있어 다소 여유가 생긴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군사 기술 등 반대급부 지원도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동·우크라도 논의
3국 외교장관은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도 비중 있게 논의했다. 외교부는 3국 장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고 조속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민간인 보호를 위해 국제법이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 후 미 국무부의 보도자료에서도 '중동 정세'가 가장 먼저 언급됐으며, 블링컨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세계를 돌아보면 3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고 강조했다. 요코 외상 또한 모두 발언에서 중동 상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중ㆍ러 틈새 벌리기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북ㆍ러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가운데 3국 협력의 효용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3국의 대중, 대러 접근법의 싱크로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국제 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러시아를 향해선 '규탄' 수위를 높이고, 중국에는 '책임'을 강조하는 이른바 중ㆍ러 '차별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가 기존의 국제 규범을 망가뜨리려고만 한다면, 중국은 현 규범을 허물고 대안 질서까지 제시하려고 하기 때문에 국제 사회 평판을 더욱 신경 쓰는 측면이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ㆍ러 군사 협력과 관련해 중국은 "두 나라 사이의 일"이라며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데, 이처럼 '북ㆍ중ㆍ러 불량 삼각 공조'로 묶이지 않으려는 중국의 속내를 자극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박 장관은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입장과 우려도 강조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ㆍ미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한ㆍ미ㆍ일 회의에서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꾸준히 촉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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