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선물 보따리 풀까…기업인 몰린 APEC 최고 인기 티켓
미ㆍ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두 사람은 15일 오전 10시 45분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오전 11시부터 양자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이후 오후 4시 15분에 잡힌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회담 성과물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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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관계 더 나은 방향 가려는 것”
이번 미ㆍ중 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끊긴 양국 군사 대화 채널 복원과 인공지능(AI) 군사 이용 문제, 중독성이 강해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의 제조ㆍ유통 문제, 기후 변화 등 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과제 등과 관련해 일정한 합의물이 나올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많다. 이날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는 지난 7월 베이징 회담과 최근 미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 회담 결과를 정리한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발표했다. 미·중은 양국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2020년대 기후 행동 강화 워킹그룹’도 가동하기로 했다.
북ㆍ러 무기 거래 문제와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도 테이블에 오를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대만 문제,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규제와 이에 맞선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등 갈등 이슈까지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미ㆍ중 정상회담의 성공 기준에 대한 취재진 물음에 “위기 시 서로 전화를 받고 대화할 수 있고 군이 서로 연락하는 정상적인 대응 체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에 투자하려면 우리의 모든 영업기밀을 넘겨야 하는 상황은 계속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對)중국 노선으로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위험제거)을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회담 전망과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테이블은 이미 마련됐다”며 “생산적이고 솔직하며 건설적 대화를 희망한다”고 했다. 특히 “중동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확신한다. 중국은 중동에 미국이 확보하지 못한 소통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대화 채널을 갖고 있는 이란의 중동전쟁 개입 억제를 위해 힘써줄 것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면서도 “대만의 민주주의와 번영을 지켜보고자 할 뿐”이라고 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기조를 거듭 밝힌 셈이다.
“가장 인기 있는 티켓은 시진핑 만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의 또 다른 한 축은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서밋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실리콘밸리 인접지인 까닭에 글로벌 IT 업계 거물급 CEO가 총출동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CEO 서밋에는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미 최대 석유 회사 엑손의 대런 우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등 거물급 CEO들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특히 많은 경영진이 시 주석과의 15일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보도했다. 미ㆍ중 관계 경색 국면에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이들 기업이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업 확대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PEC CEO 서밋은 14~16일 진행되며 15일 갈라 리셉션이 잡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가장 인기 있는 티켓은 시 주석 만찬이며 각 기업 경영진은 (만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또는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며 “덜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들의 우려와 야망을 밝힐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미 정부가 대중국 수출규제의 주요 이유로 삼고 있는 국가안보와는 거리가 먼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중국에 사업 영역 확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플로리다 인터내셔널대학의 댄 프루드옴므 경영학 조교수는 “시 주석이 이들 비즈니스 리더를 만나게 되면 미ㆍ중 관계가 해빙되고 있다는 신호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이번 방미길에서 선물 보따리를 얼마나 풀지도 관심사다. 시 주석은 통상 해외 순방 때 천문학적 규모의 ‘통 큰 계약’을 체결해 대내외에 경제외교 성과를 극대화하곤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중국 정부가 보잉의 737 맥스 항공기 구매 약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APEC 기간 중에는 구매계약을 공개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있다. 중국은 앞서 지난주 300만톤 이상의 미국산 대두를 구입해 ‘선의의 제스처’를 내비친 바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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