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숨고르기…현대차·LG엔솔 갈 길 간다 [취재현장]
[한국경제TV 정원우 기자·김채연 기자]
<앵커> 최근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많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 속도조절을 하면서 배터리기업들까지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입니다. 오늘은 전기차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산업부 정원우, 김채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정 기자, 먼저 전기차 판매 둔화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요?
<기자> 네 먼저 정확히 인지할 부분은 판매둔화이지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802만대였습니다. 전년도 2021년 477만대였고요. 재작년 2020년에는 222만대였습니다. 전년 대비로 2021년에 115% 성장했고, 작년에는 67.9%로 판매 증가율이 떨어졌습니다.
올해는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른데 1천만대에서 1,100만대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치가 나오고 있는데, 1,100만대로 가정해도 37.1%로 판매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115%, 67%, 37% 이렇게 증가율이 뚝뚝 떨어지다보니 전기차 판매 둔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시장이 커지면 모수가 커지기 때문에 성장률은 둔화될 수 밖에 없는 추세는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앵커> 글로벌 흐름이 그렇다보니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인 것이겠죠?
<기자> 오늘 오전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10월 자동차산업동향’을 발표했는데요.
순수전기차의 10월까지 누적 국내 판매는 작년이나 올해나 13만대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전년 대비 올해는 4.3% 감소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71.2% 늘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정체 또는 역성장 추세입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살 사람 다 샀다는 얘기가 나올만합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다소 정체된 것은 이런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그런데 수출은 다릅니다. 올해 10월 누적 전기차 수출은 67% 증가했고 작년에는 46% 수준이었습니다. 국내 전기차 수요는 부진하지만 수출은 아직 괜찮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10월 누적으로 전기차 수출이 28만대 내수는 13만대로, 수출이 2배 이상 물량이 많다라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국내 상황까지 짚어주셨는데, 시장에서는 어쨌든 전기차 판매 둔화 속도가 빠르다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완성차 업계들이 줄줄이 투자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기자> GM 내년 상반기까지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이 계획을 철회했고요.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 가동시기도 연기했습니다. 포드 역시 120억달러 규모 전기차 투자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폭스바겐은 2026년 독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 계획을 백지화했고, 테슬라는 멕시코에 지으려던 기가팩토리의 착공 시점을 기존보다 늦출지 검토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특히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격이기 때문에 시장에 주는 충격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김 기자, 완성차 업계가 이렇게 투자 속도를 조절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후방산업인 배터리기업들도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기자> 네, 최근 배터리 기업들이 합작법인을 철회하거나 투자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SK온은 포드와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서 각각 1개, 2개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 중에서 2026년부터 가동하려고 했던 켄터키 2공장 투자 계획을 연기했습니다.
포드가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투자액 중 120억 달러(약 16조원)를 축소한다고 발표하면서 나온 후속조치 성격입니다.
전기차 판매 속도가 더뎌지자, 배터리 생산도 줄이는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거죠.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주말 포드와 튀르키예 코치그룹과 맺은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3사간 내부 복잡한 사정으로 해지하기로 한건데요, 전기차 시장 둔화와도 무관치는 않습니다.
LG 내부적으론 투자 비용이 아직 집행되기 전이고, 포드와의 전기차 관련 공급 협력은 계속 이어가기로 해서 이번 JV 철회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회사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삼성SDI의 경우 아우디, 포르쉐 등 고가의 프리미엄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성능 배터리 위주로 판매 전략을 고수해왔는데요, 그렇다보니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크게 영향이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짓고 있는 미국 공장 설립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SK온, LG에너지솔루션은 어제 나란히 미국 공장 인력도 줄이기로 했다는 뉴스도 나왔는데, 앞으로 추가로 투자 계획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는건가요?
<기자> 배터리 생산량을 줄이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인력 감원에 나선 것입니다.
최근 투자계획 연기, 인력 감원 조치 때문에 제2의 먹거리 산업이라고 했던 배터리 산업도 성장세가 꺾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데요,
업계에선 나쁘지 않다, 차라리 잘됐다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부터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장 증설 비용이 크게 늘었고, 인력도 급격히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도 컸습니다.
그동안 단기간 내 고속 성장을 하면서 외형 확대에 집중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인력 숙련도도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재정비 기간으로 삼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그럼 상황을 좀 정리해보자면, 장기적으로는 내연기관 차량들이 전기차로 대체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이렇게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것일까요?
<기자> 전기차 가격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비싼데 각국 정부가 책정한 보조금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보조금을 줄였거나 줄이고 있고, 중국도 보조금을 올해부터 폐지했습니다.
올해 테슬라가 공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했고 다른 업체들(포드와 비야디, BMW, 폭스바겐)도 가격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섰는데, 이는 전기차 기업들은 가격과 보조금 축소가 판매둔화의 큰 원인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겠죠. 또 최근에는 기업들이 소형 전기차를 줄줄이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가격이 가장 크겠지만, 전기차 충전인프라가 아직 완전하지 않는데 1회 완충 주행거리는 파격적으로 늘지는 못하고 있는 점에서도 구매 요인이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전기차 가격은 배터리 가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잖아요. 좀 더 값싼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삼원계(NCM) 배터리 개발에 주력해왔었는데, 최근 3사 모두 저가의 LFP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LFP배터리는 삼원계보다 가격은 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 때문에 CATL, BYD 등 주로 중국 기업들이 주로 제조해왔는데요,
실제 글로벌 LFP 배터리 95% 이상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하고, LFP배터리의 단점들이 보완되기 시작하면서 LFP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 회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뒤늦게 부랴부랴 LFP시장에 뛰어든 건데요, 배터리 개발 자체는 어려운 것은 아닌데 중국 기업보다 얼마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가 앞으로 시장 확대에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우리 기업들 얘기로 돌아와서, 현대차그룹은 투자 속도조절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나요?
<기자> 전기차 판매 둔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올해 상반기부터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기아는 지난 4월 전기차 공장을 착공했고요, 현대차는 이틀 전인 월요일에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진행했습니다. 미리 예고한대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월요일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 다녀왔는데 여기서 당연히 전기차 판매 둔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답변을 들어보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3일 울산 EV공장 기공식) : 이전에 해왔던 투자이고 코스트(비용) 절감이나 여러가지 방법도 있겠지만 큰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용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입니다.]
<앵커> 핵심은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단기적인 판매 둔화 때문에 전기차로 가지 않을 것이냐 그런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 3위에 올랐지만 전기차에서는 아직 점유율이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요. 이미 그런 투자계획을 발표해놨습니다.
그래서 정 회장이 얘기한 ‘운용의 묘’에도 집중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꿔서 생산하는 혼류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유연하게 속도 조절이 가능한 생산방식입니다.
<앵커> 그러면 전기차가 안팔리면 현대차나 기아는 충분히 생산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네요.
<기자> 전기차가 안팔리면 내연기관이나, 지금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리면 되는 것이고요, 이는 전기차 수요에 따라 온전히 휘청일 수 밖에 없는 테슬라와 비교해보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분명한 장점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전용공장 양산은 2025년, 2026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 그룹 통합 전기차전용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도 내년 하반기 완공 목표입니다. 아직 상황을 볼 시간이 더 있기 때문에 지금 섣불리 판단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본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의 속도조절은 성장통이고 완성차는 물론 배터리 기업들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럽게 걷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정원우 기자·김채연 기자 bkju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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