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산 때 염소 13마리 기부"…세븐틴이 전한 연대와 희망
가수 세븐틴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13회 청년포럼 연설 무대에 올라 세계 청년들에게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유네스코 청년 포럼은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로 총회와 함께 2년마다 열린다. 케이팝(K-pop) 가수가 유네스코 총회급 행사에서 하나의 세션 전체를 배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상으로 재활치료 중인 에스쿱스를 제외한 멤버 12명은 이날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연단에 올랐다.
"대한민국 남쪽에 있는 섬 제주특별자치도를 아시는지요?"라고 운을 뗀 제주 출신 승관을 시작으로 준, 우지, 민규, 조슈아, 버논 등 6명이 국적에 따라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각자의 성장 과정을 약 30분간 들려줬다.
우지는 "처음 데뷔했을 때 멤버가 너무 많고 어리다 보니 그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긴 어려울 거라는 의심이 많았지만, 좌절하기엔 우린 너무 젊었다"며 "보컬, 퍼포먼스, 힙합 등 서로 다른 능력과 감정을 갖고 있던 멤버들이 서로 배우고 어울리면서 팀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과정들이 우릴 하나로 만들어줬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출신 멤버 준도 중국어로 "우리는 각자 완벽하진 않을지 몰라도 함께라면 최고의 팀"이라며 "비록 현재에 많은 문제와 미래의 많은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함께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민규는 세븐틴의 사회 나눔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데뷔 이듬해인 2016년 처음 정산을 받아 기쁜 마음에 데뷔 기념일에 맞춰 아프리카 탄자니아 어린이들을 위해 멤버들 이름의 염소 13마리를 기부했다고 한다. 이후 그 먼 대륙에서 한 어린아이가 사진과 함께 "꿈을 위해 염소를 잘 키우겠다"고 쓴 편지가 날아왔다고 전했다.
민규는 "그 글귀를 보고 꿈을 위해 달려온 과정들이 생각났다"며 "저희는 그 탄자니아 아이가 그랬듯 꿈을 위해 함께 가르치고 배우고 성장하며 달려왔고, 첫 단독 공연의 관객이 800명도 되지 않던 그룹에서 이제 15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민규는 염소 나눔을 계기로 2017년부터 계속 데뷔 기념일마다 아동기관이나 어린이 재단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며 "어린 세대 누구도, 어떤 환경에서도, 꿈을 잃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븐틴은 지난해 5월에도 데뷔 7주년을 기념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지구촌 아동·청소년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게 인연이 돼 지난해 8월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전 세계에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고잉 투게더'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 캠페인을 눈여겨본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국위원회, 플레디스에 삼자 협약을 제안했고, 이번 청년포럼 연설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조슈아는 영어로 "이로써 '고잉 투게더'는 전 세계인을 위한 캠페인으로 더 확장할 기회를 맞게 됐다"며 앞으로 "제3세계에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학교를 짓고, 교육을 위한 토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앰배서더로 적극 활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연설이 끝난 뒤 세븐틴은 '같이 가요', '음악의 신' 등 5곡을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선보였다. 세븐틴이 유럽에서 공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엔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해 173개국 청년 대표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세븐틴의 라이브 무대를 본 팬들은 유네스코 본부가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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