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경험은 없다, 결국은 연결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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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윤 기자]
학창 시절 가장 큰 목표인 대학 입시에서 나는 실패했다. 대학교는 예상보다 낮은 5지망의 학교로 가게 되었고 성적에 맞춰 학교를 가느라 결국 원하던 과도 가지 못했다.
▲ 고민하는 사람 고민 |
ⓒ 픽사베이 |
어렸을 적 특별한 줄만 알던 내가 계속되는 실패를 겪으며, 결국 지독하게 평범한 사람임을 깨달은 나는 더 이상 무언가에 도전하기가 무서워졌다. 실패하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 같아, 도전하는 것부터 겁이 나는 겁쟁이가 돼 버렸다.
요즘 나는 꾸준히 밀어온 내 진로와 상관없는, 배워보고 싶은 '연기'라는 꿈이 생겼다. 하지만 남들은 취업 성공을 위해 스펙을 쌓는 시간에, 취업에 도움도 안 되는 전혀 상관없는 연기를 배워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 도전이 마치 내겐 시간 낭비, 돈 낭비, 노력 낭비처럼 느껴져 결국 연기 대신 취업에 도움 되는 자격증 준비, 대외활동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마음과 다른 모순된 행동으로 나는 '결과와 과정,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모든 SNS와 특강 심지어 수업에서까지도 실패해도 괜찮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왜 과정이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망설이고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는 학교 입시부터 취업까지 계속되는 경쟁 속에 합격, 성공, 통과라는 '결과'만을 바라보고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하는 대학이나 취업을 준비할 때 합격이냐, 아니냐는 결과에만 주목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견뎠던 과정은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이분법적인 결과에 가려진다.
목적을 위해 달려온 '과정'은 과연 나에게, 우리에게, 청년에게 아무 의미가 없던 것일까? 스스로 돌이켜 봤을 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취업 사회만 봐도 그렇다. 성공적인 결과 즉 지원자의 화려한 '스펙'을 요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회사의 1차 시험은 자신을 표현하는 자기소개서 제출이며, 이는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 스티브 잡스 |
ⓒ 픽사베이 |
여기, '과정'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 있다.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가 다니던 리드칼리지 학교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서예 교육을 제공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 수업을 들었고, 명조와 고딕, 서체, 글자 간의 간격 변화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순전히 호기심과 직감만을 믿고 저지른 일들이 훗날 정말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있을 때는 미래를 내다보고 점들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10년 후에 돌아보니, 그것은 매우 분명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지금 여러분은 미래의 점들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며 점을 연결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미래에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걸 믿어야 합니다. - 스티브잡스 스탠포드 연설 중
아마 스티브 잡스는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결실을 가져다 주는 과정이 아닐지라도 이것은 자기 인생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16일은 많은 학생들이 준비한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있는 날이다. 이전의 내 경험을 비춰봤을 때, 지금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여태까지 수능을 위해 공부하신 수험생들께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수능 성적이 좋지 못할까 걱정하고 계신다면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수능 결과가 어떻든 그게 내 인생을 결정 짓진 못하고 반수까지 했던 저는 솔직히 제 두 번의 수능 성적이 어땠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안 납니다.
결국,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겠죠. 어느 결과가 있던 그게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 짓지 못하니 잘 치고 오시고 만약 못 치더라도 너무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의 수능을 친 후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던 저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실패했다는 결과로만 남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나는 이만큼 노력할 수 있었던 사람이다,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나를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후회없이 수능치시길 바라며, 수능 끝난 후엔 긴 랠리를 끝내 노력한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길 바랍니다."
결국, 필요 없는 과정이나 경험은 없다. 그 모든 과정은 나에게 남아 있고, 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성장시켜주는 밑거름이다.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 해서 최선을 다한 나의 과정은 실패한 것이 아니고,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내가 하고 싶었던 연기를 배우는 것 또한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결과 위주의 사회에서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청년 세대들을 이해하지만, '과정'의 중요성을 되새겨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들에게 용기를 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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