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전세사기' 고급차·유흥비 탕진…그 사촌형제 덜미 잡힌 곳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로 6개월간 32명에게 80억원이 넘는 피해를 준 사촌형제가 경기도 한 건축회사 기숙사에서 붙잡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15일 강서구 등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사촌 형제를 구속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수법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임대인과 부동산업자, 고의로 보증금을 부풀려 보증보험사로부터 과다한 보험금을 타낸 임차인 등 48명도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A씨는 공인중개사무소 중개 보조원인 사촌형 B씨(32)와 함께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6개월간 주택 32채를 사들였다.
B씨가 다른 중개보조원과 함께 실제 매매가액보다 높게 설정된 보증금액으로 전세계약을 할 세입자를 구했고, 계약 체결과 동시에 A씨가 주택을 소유하는 방식이었다. A씨 등은 전세보증금과 매매가액의 차액을 나눠 가졌다. A씨와 B씨가 합쳐 약 3억5000만원, 함께 범행한 중개보조원은 약 2억5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수익금을 고급 수입차 리스, 주식투자, 유흥비 등에 탕진했으며 범행 이후 피해자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32명, 피해액은 약 81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사촌형제가 경기도 한 건축회사 기숙사에서 동거하며 현장 근로자로 일하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10월 이들을 기숙사에서 체포했다.
임차인도 HUG 상대 보증금 사기
한편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상대로 사기를 친 혐의도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임차인 C씨 등은 2021년 7~8월쯤 고의로 보증금을 부풀려 체결한 전세 계약서를 근거로 지난 9월부터 보증보험사에 대위변제를 요청했다.
이들은 일부 부동산업자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자 지원비’ 등 명목으로 보증금액 일부를 되돌려준다는 점을 이용해 가장 큰 리베이트 금액을 제시하는 업자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서상 부풀려진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입금한 뒤 차명 계좌를 통해 약 2000만원씩 돌려받았으나 HUG에는 계약서 금액대로 보증 이행을 청구했다. 임차인 3명이 보증보험사에서 각각 받은 보증금을 더하면 총 8억2800만원이다.
이외에도 경찰은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씨 사건 등 전세사기 관련 수사를 통해 공범인 공인중개업자 종사자 45명을 추가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사기 수사에 있어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에서 의뢰하는 신규사건 피의자를 구속하는 등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보증보험사를 상대로 한 사건의 경우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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