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신만 1시간 40분"…이순신 시리즈 유종의 미 거둘 '노량: 죽음의 바다' [D:현장]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이 약 10년 만에 마무리 된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을 연출하며 알게 된 모든 노하우를 '명량: 죽음의 바다'에 쏟아부었다.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김한민 감독, 배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박명훈, 박훈, 문정희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편이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존경심이 커졌다. 그 마음을 더 크게 담은 영화가 '노량: 죽음의 바다'다. 도망가겠다는 적들을 끝까지 붙들고 그렇게까지 싸웠는지가 기획할 때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시대와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큰 하나의 메시지, 내지는 새로운 깨달음이 오지 않을까.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안에 마음과 용기, 그리고 위로를 넘어선 죽음과 깨달음 등이 있다"라고 '노량'에 임했던 마음 가짐을 밝혔다.
현재 한국 영화는 성공작 부재로 위기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1761만을 동원한 '명량'부터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 여름 '한산: 용의 출현'의 726만을 흥행 동원력을 보여준 김한민 감독. 그만큼 '노량: 죽음의 바다'에도 큰 기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인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노량'이 12월 20일 개봉하게 됐다. 죽음이 의미하는 건, 어떤 해체와, 종말의 이미도 있지만 새로운 시작을 분명히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에 '노량', 서울의 봄'이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 영화가 조금 더 힘을 내줘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부활하는 신호탄이 되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에 이어 '노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김윤석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줬는데 사실 모두가 내가 맡은 이순신 장군 배역은 영광스럽지만 동전의 양면으로 너무 부담스러운 역할이라 고민했다. 그런데 '노량' 시나리오가 모든 면에서 너무 뛰어났다. 과연 이것이 영상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올까 싶었다. 그렇게 많이 고민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는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다"라고 흔쾌히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윤석은 "무지하게 부담스럽기는 했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마지막 전투인데, 그야말로 삼국의 대장들이 전면으로 튀어나온다. 7년 동안 끌어온 전쟁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가도 잘 표현해야 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르 제목은 임진왜란이다. 임진왜란 전체를 담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담스러웠지만 백윤식 선생님이 함께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뻤다. 그리고 정재영, 허준호 등 기둥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팀을 믿고 의지하며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전작과는 어떻게 차별화된 김윤석만의 이순신을 보여줄지도 고민이었다. 그는 "7년 동안 함께한 동료 장수 등 모든 걸 안고 전쟁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고뇌가 다른 작품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노량'의 이순신은, '명량', '한산'의 이순신의 모습을 가슴과 머릿 속에 담아야 했다. 그 점을 신경 쓰며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최민식과 박해일의 조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다 내려놓고 기도하라고 하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악명 높은 살마군을 이끄는 왜군 수장이자 최고 지휘관 시마즈 역할은 백윤식이 맡았다. 백윤식은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개념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알고 있다. 이걸 영화화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드라마적으로 시나리오에 잘 풀어져 있었다. 그래서 참여하겠다고 감독에게 선언했다"라고 말했다.
백윤식은 30kg 달하는 갑옷을 입고 촬영했다며 "의상 감독님이 직접 제작진과 의상 만드는 분들과 소통했다. 일본에 수작업으로 전통적으로 작품의상을 제작하는 분들의 작업실까지 방문했다. 그런데 그분들의 제작 개념 의상이 입는 사람이 직접 현지에 방문해야 이뤄지더라. 하지만 팬데믹 때문에 직접 가질 못했고, 의상 가독님이 그 분들과 직접 소통해가며 섬세하게 작업해 줬다. 보면 알겠지만 맞춤형이다. 그 곳이 큐슈였는데 시마즈 출신 지역이라 굉장히 존경하고 자랑스러운 장군이라고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영화 '타짜'에서 아귀와 평경장이었던 김윤석과 백윤식은 '노량'으로 재회하게 됐다. 김윤석은 "영화배우로서 제 아장아장 걸음마일 때 뵙고 '범죄의 재구성', '타짜', '천하장사 마돈나', '전우치' 등 계속 뵙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신 산증인이다. 선생님의 작품 '지구를 지켜라'를 보고 레전드라고 생각했고, 마음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백윤식에게 존경을 표했다.
백윤식은 "김윤석 배우를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사랑한다"라고 말한 후"사랑하는 후배 김윤석뿐만 아니라 후배들 모두 존중한다"라고 화답했다.
이번 편에서 명나라 장수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조명연합함대를 함께 이끄는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은 정재영,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은 허준호가 연기했다.
정재영은 "명나라와 이순신 장군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이다. 마음은 이순신 장군과 통했지만 몸은 명나라와 자신의 실리를 따질 수 밖에 없는 위치다"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어 "고대 중국어로 연기해야 해 힘들었다. 시나리오 읽고는 먹먹했는데 연습하면서는 막막했다.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사투리 배울 때와 완전히 달랐다. 중국어가 촬영 끝날 때까지 고생했던 부분이다. 지금도 걱정이 된다"라며 "제발 명나라 말 아시는 분은 안 보셨으면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준호는 "등자룡은 명나라 후예들에게 굉장히 존경 받는 인물이다. 역사나 고증은 김한민 감독만 믿고 가고, 시나리오에 무게를 둬 연기했다"라며 "내 액션보다 해전 액션이 굉장하니 직접 보셔야 하나. '한산'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기대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허준호가 언급한 대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 영화들은 해상전투신이 백미다. '노량'은 1시간 40분 동안 해상전투신이 펼쳐진다. 김한민 감독은 "영화에 두 가지 중점을 뒀다. 하나는 장군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지돼야 하는 대의, 두 번째는 해상 전투의 스케일이다. 이 전투에 명나라군까지 합류해 큰 전투가 벌어져 동아시아 최대 해전이 됐다. 스케일과 강렬함이 있어야 했다. 범 전투부터 태양이 뜨는 아침 오전까지 싸워나가는 엄청난 전투다. 그래서 부제를 죽음의 바다라고 했다. '명량', '한산'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노량'에 다 녹아있다"라고 해전신을 강조했다.
김윤석은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포부에 대해 "외국 작품을 예로 든다면 '덩케르트' 같은 영화는 수십 편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임진왜란에 관련한 영화가 몇 편이 더 나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왜군과의 7년 전쟁을 담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만 생각하지 않고, '명량', '한산', '노량'으로 나눠 만들 생각을 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모험이다. 그리고 끔찍한 고생이기도 하다. 세 작품이 임진왜란, 이순신 장군과 함께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빼놓지 못할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성 다 잡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결의를 담았다.
백윤식 역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다시 재조명되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긍지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관객들도 분명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한산'이 개봉한 후 가장 의미 있는 반응은 관객 개인에게 희망과 힘, 위로가 된다는 것이었다. '노량'은 죽음의 바다라는 부제가 있지만 죽음이 갖는 차분함과 명쾌함이 있다. 그런 지점에서 '노량'이라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진정으로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12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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