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랙퀸' 나나영롱킴 "오늘이 인생 중 가장 젊은날, 나답게 행복하게 살아야"
공연·콘텐츠 비롯해 패션 브랜드·디자이너에게 영감 주는 뮤즈
최근 두번 째 개인전 개최, 나답게 사는 것이 긍정에너지 원천
자신의 성별이나 지위에 기대되는 모습과 반대로 자신을 꾸미는 퍼포먼스의 일종인 '드랙'은 통상 남성이 여장하는 '드랙퀸'과 여성이 남장하는 '드랙킹'으로 분류된다.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여성 성별 기호와 성 역할을 모방하고, 종종 과장하는 드랙 의상과 화장을 하는 드랙퀸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점에서 성차별 반대 의미를 실천하는 행동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드랙 아티스트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나나영롱킴(본명 김영롱·38)은 스스로를 "나다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드랙 아티스트가 됐고,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인 퍼포먼서"라고 소개했다. 18년째 드랙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며 무대를 넘어 전시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드랙을 처음 접한 순간이 궁금하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과제를 준비하면서 뮤지컬 '헤드윅' 중 한 장면을 갈라쇼처럼 선보이게 됐다. 가발 쓰고 분장하는 드랙을 그때 처음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평소 내 모습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 자체에 희열을 느꼈다. 그 순간부터 드랙을 어떻게 계속할 수 있을지 찾아보게 됐고, 나를 알리고자 무작정 드랙을 하고 홍대, 강남에서 열리는 파티나 페스티벌을 찾아 기획자에게 "나를 써봐라. 립싱크 쇼도 할 수 있고, 사람들 끌어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제안했다. 그때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
-18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드랙이 활용되는 무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18년 동안 드랙 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클럽이나 작은 무대에서 공연 위주로 활동을 했다면, 요즘엔 많은 사람이 드랙 문화를 알아보고 인정하면서 다양한 미디어에서 드랙을 적극적으로 찾고 활용한다.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 대사관이나 기업 행사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등 활동 영역이 굉장히 넓어졌다. 예전에는 그저 메이크업이 좋고, 무대 공연이 좋아서 드랙을 했다면 지금은 드랙을 통해 평소에 못 해본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시도하고 선보일 수 있어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
-가장 나답게,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강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몇 년 전, 드랙을 잠시 쉬는 기간이 있었다. 회사원과 드랙퀸 생활을 병행하면서 많이 고민하다가 휴식을 결정했는데, 그때 몇 달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 퇴원 직전 담당 의사가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는데 한참 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생각을 거듭하다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기고 사는 게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지 않은 내일, 미래, 먼 훗날을 위해 오늘 하고 싶은 걸 참고 지내기엔 지금의 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내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아닌가.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드랙퀸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
▲매 순간 감사해서 하나만 꼽기 어렵지만, 굳이 정의하자면 '무대 위에서 놀 때'다. 관객이 내 무대를 즐기고 함께 어울려 놀 때, 그 순간엔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을 온전히 느낀다.
-드랙 활동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모르고 계셨는데, 몇해 전부터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면서 어머니가 알게 되셨다. 연기를 전공했으니 공연하는 것으로만 알고 계셨지 내가 LGBTQ인 건 모르셨다. 과거 뷰티 어워즈 대상을 받았을 때 뉴스를 보신 어머니가 "넌 어려서부터 남달랐다"며 자연스럽게 말씀하셨고, 그때부터 서포트해주고 계시다. 그 지지에서 든든함을 얻는다.
-드랙퀸이 여성을 희화화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드랙을 단순히 여장 남자로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이다. 드랙은 단순히 남자가 여자처럼 꾸미는 걸 넘어 자신이 평소 나타내고 싶었던 모습을 과감하게 도전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다. 화려한 가발, 파격적인 드레스, 엉덩이나 골반을 강조한 실루엣이 여성의 외모를 고정화한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생각을 확장하면 여성의 아름다운 몸을 표현하는 것이다.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레이디 가가, 휘트니 휴스턴 등 디바를 표현할 때가 많은데 이들이 가진 글램한 무드를 연출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표현이 강조되는 것 같다.
-이번에 진행한 전시가 두 번째 개인전인데 자신을 알리고 싶어 기획한 전시인가.
▲전혀 아니다. 그저 내가 아름다운 사진을 갤러리에 한 번 걸어보고, 또 많은 사람이 와서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최근에는 방송 출연 제의나 유튜브 출연도 자제하고 있다. 높은 출연료를 제안한 곳도 있었는데 다 거절했다.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더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다. 그저 안정적으로 드랙을 하고 싶고, 나나의 삶만큼이나 영롱의 삶도 중요하니까.
-악플과 비난, 드랙에 대한 선입견 속에도 긍정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가.
▲누구나 남과 같은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남들처럼 행동하고 남들처럼 행동하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닐까. 나를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평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내가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나이기 때문에 특별함은 잘 못 느끼고 있다. 남을 보며, 남을 의식하며 좇거나 이루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재미있는 일을 하며 흘러가는 대로 그 순간을 즐기려는 태도와 노력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었고, 나를 성장하게 했으며 결국엔 나를 나답게 만든 것 같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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