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독자생존? 中 지리차 한국 생산기지?
신차 배정 못받는데… 지리그룹 한국 생산기지 되나
내년 하이브리드차, 르노코리아 자생능력 시험대될 듯
르노코리아의 1대주주인 르노그룹과 2대주주인 지리그룹이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 생산을 합의하면서 르노코리아의 미래 일감도 풍부해졌다. 다만 르노그룹으로부터 XM3 후속 모델 배정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지리그룹 계열 브랜드의 한국 생산기지로 포지션 변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관건은 내년 이후 출시되는 ‘오로라 프로젝트’ 시리즈의 성공을 통한 ‘자생능력’ 검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리그룹과 르노코리아, 폴스타는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북미·한국 판매용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폴스타 4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폴스타는 지리그룹 산하의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타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는 이례적인 그림은 지리(Geely)그룹과 르노코리아의 이해 관계에 따른 것이다. 지리그룹 산하 지리오토모빌홀딩스는 지난해 5월 르노코리아의 지분 34.02%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합의로 지리그룹이 얻는 이점은 확실하다. 지난해 국내에 론칭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에 '한국산' 꼬리표를 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폴스타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수월해진다는 의미다. 폴스타는 국내에서 프리미엄 전기차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 폴스타는 지난해 브랜드 출범 직후 스웨덴 전기차를 내세우면서 테슬라를 제외한 단일 전기차 모델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선 지난해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폴스타2 판매량은 지난해 2794대에서 올해(1~10월) 1389대로 줄었다.
내년 폴스타 3, 폴스타 4 신차 출시가 예정된 만큼 지리그룹은 국내 시장에서 '중국차'라는 인식을 지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스타는 국내에서 폴스타4 차량을 생산할 때 국산화가 가능한 부품에 한해서는 한국산 부품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2025년 출시될 폴스타5에 탑재될 배터리에 대해 국내 업체인 SK온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르노그룹의 입장에서도 잃을 것 없는 합의다. 전동화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XM3 이후 한국 공장에서 후속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기도, 높아진 인건비 탓에 르노그룹 자체 전기차 생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생산공장을 어떻게든 가동시킬 플랜 B를 마련한 셈이다.
지리그룹과 르노그룹의 입장에선 윈윈하는 전략이지만, 문제는 중간에 끼어있는 르노코리아다. 그동안 르노그룹의 한국 사업장으로서 브랜드 파워를 쌓아왔지만, XM3 이후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받은 후속 생산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폴스타 생산이 주력이 된다면 외부 업체의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 출시될 르노코리아의 하이브리드 신차 ‘오로라’의 성공적 론칭을 통한 자생능력 입증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내년 출시될 하이브리드차는 르노 그룹과 지리 그룹이 지난해 맺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하는 '오로라프로젝트'의 첫번째 모델로, 볼보·폴스타 등에 적용되는 CMA 플랫폼의 라이센스를 구매해 르노코리아가 개발 전 과정을 맡아 제작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내년 하이브리드 신차는) CMA 플랫폼의 설비와 노하우를 가져와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외관을 자체적으로 적용시켜 생산하는 것"이라며 "부산공장의 품질력이 뒷받침되고, 신차 개발 기간도 1-2년 단축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자체적으로 개발해 르노 브랜드를 장착한 신차가 주력 모델로 자리매김할 경우 르노코리아는 모기업이나 관계사의 물량 배정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개발,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반면 이 차량이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르노코리아는 향후 르노그룹으로부터 추가적인 물량을 배정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월 2000대도 팔지 못하고 있는 데다 XM3의 신차효과가 떨어지면서 수출량도 줄고 있고, 한국 작업자의 인건비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매년 입김이 센 한국 노조와의 교섭도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여기에 2대 주주인 지리그룹에서 '한국 생산'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르노그룹이 지분을 넘길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에 투자한 금액을 지분 매각을 통해 일정부분 회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철수하고,지리그룹이 1대주주 지위를 넘겨받으면서 르노코리아가 '지리 코리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쌍용자동차(현 KG 모빌리티)의 사례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국계 모기업의 존재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르노코리아로서는 그리 바람직한 미래가 아니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모델인 하이브리드 SUV에 이어 준대형 세단, 전기차까지 지속적인 성공을 통해 폴스타 위탁물량을 ‘주력’이 아닌 ‘옵션’으로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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