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포퓰리즘 정책, 결말은 정해져 있다

이은정 2023. 11. 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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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는 '콩콩팥팥'이다.

초보 농부들의 농사 일지를 담은 예능 다큐멘터리인데, 제목 그대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란 내용이 핵심이다.

이런 포퓰리즘에 예속된 부동산 정책으로 가계부채 감축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이치를 거스른 포퓰리즘 정책의 끝은 상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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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여론 눈치보는 정책
지금 할일 미루면 대가 치뤄야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는 ‘콩콩팥팥’이다. 초보 농부들의 농사 일지를 담은 예능 다큐멘터리인데, 제목 그대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란 내용이 핵심이다. 초보 농부들이 먹고 뱉은 수박씨를 심은 자리에서 수박꽃이 자라자 "말이 안 된다"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래, 이게 자연이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는가. 오늘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룬다면 병충해 등의 피해로 수확량이 확 줄어들 수도 있고 말이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금융상품이 지목되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붙은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본주의 경제도 이와 닮은 점이 있다. 우선 수박씨를 뿌리면 수박이 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우려한 가계부채 문제만 봐도 그렇다. "가계 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 부채로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는 경고처럼 지금 한국의 가계부채는 폭발 직전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된 데는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한다는 아우성에 특례보금자리론을 완화하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한해서라는 조건을 내세웠지만 후폭풍은 컸다. 대출완화는 시장 회복과 집값 상승 그리고 가계대출 폭증이란 결과로 당연하듯이 이어졌다. 덕분에(?) 정부가 지난해 대출 규제를 꽉 죄며 관리해 거둬들였던 가계부채 7조8000억원 감축이란 결실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정부가 대출 완화에도 지난해처럼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면 수박씨를 뿌리고 호박이 나길 기대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포퓰리즘에 예속된 부동산 정책으로 가계부채 감축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농사일처럼 경제 정책도 지금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 눈치를 보며 내놓은 ‘반쪽짜리’ 전기요금 인상안의 결과도 뻔해 보인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야 요금 동결을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마냥 전기요금을 동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비정상적 전기요금 체계로 한국전력이 부도 직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깜짝 흑자를 달성했지만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21년 2분기 이후 누적적자만 45조원을 넘는다.

한전은 현재 한전채를 발행하며 부도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있는데, 이 발행량이 더 늘어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우량채권인 한전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경험했던 레고랜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는 한전채 발행한도 초과로 추가 발행조차 하지 못하는 최악까지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 눈치를 보며 미룬 요금 인상이 이 같은 혹독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치를 거스른 포퓰리즘 정책의 끝은 상상 가능하다. 나라 곳간이 거덜 나고 국민이 분열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 포퓰리즘에 아랑곳하지 않고 원칙을 유지하겠다며 단호히 맞선 것도 그래서일 테다. 그런 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덫에 갇혔다.

보선 참패로 어느 때보다도 다급해졌겠지만 선심 정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면 더 큰 화를 맞을 수 있다. 윤 정부가 지지율 하락에도 법치를 강조하며 노조 파업에 강단 있게 대처한 것처럼 표를 위한 정책이 아닌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민할 때다. 이게 여당이 이기는 길이기도 하다.

이은정 콘텐츠 매니저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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