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1번지' 어른들의 선전포고 "돌봄 사각지대 없애겠다"
[이재환 기자]
▲ 지난 11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열린 지역아동센터 설립을 위한 100인 원탁회의에서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가 생기면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적고 있다. |
ⓒ 홍성여성농업인센터 제공 |
요즘 시골 마을에서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출생률 저하는 고스란히 마을공동체의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시골 마을이지만 어린 아이가 많기로 소문난 충남 홍성군 홍동면도 최근 비상이 걸렸다. 귀농·귀촌의 메카인 홍동 마을조차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원동력 중 하나인 아이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홍동면에서 발행한 초등학교 취학 통지서는 '4장'에 그쳤다. 지난 2020년 홍동면에는 12세 이하의 아이들이 279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164명으로 줄었다. 물론 홍동 주민들이 이를 두고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최근 지역 아이들의 돌봄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홍동 주민들은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돌봄 시스템을 갖추겠다'며 발상을 전환했다. 비록 아동 숫자는 줄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잘 돌봐야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귀농·귀촌도 늘어 마을 공동체를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홍동은 지금도 마을과 학교를 중심으로 '아이 돌봄' 시스템이 비교적 잘 구축된 편이다. 하지만 홍동 주민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꾸고, 동시에 돌봄 시스템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홍동 주민들은 마을에서 추진 중인 지역아동센터가 그런 역할을 맡아 주길 기대한다.
▲ 귀농귀촌인이 많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은 여느 시골 마을에 비해 아이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
ⓒ 홍성여성농업인센터 제공 |
정영희 센터장은 "(타지역에 비해 어린이가 많은) 홍동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들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최근 수치상으로 아이들이 줄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물론 아이들의 숫자와 관계 없이 아이 돌봄은 늘 필요하다. 홍동에도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육아의 부담이 덜어지면 다시 사람들(귀농·귀촌인이) 늘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와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아동 돌봄이 비교적 잘되어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 방학 때 온종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기 흩어져 있는 (돌봄 일을 하는) 개인과 단체를 한데 모으고 지역아동센터를 구심점으로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앨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간의 과정에 대해서도 정 센터장은 "2년 전부터 지역아동센터 설립을 고민해 왔는데 그동안 예산과 장소가 없어서 추진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내년부터 1월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지역아동 센터 개소) 날짜와 시간을 정하니까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웃어보였다.
140명의 어른 "지역아동센터 설립을 돕겠다"
▲ 지난 12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지역아동센터 설립을 위한 원탁회의 장면. |
ⓒ 홍성군여성농업인센터 제공 |
정 센터장은 "작은 시골 마을에 지역 아동센터를 설립한다고 100인 이상의 주민이 모일까 걱정했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주민이 참석해서 우리도 놀랐다. 아이를 다 키운 어른들부터 마을 청년들까지 많은 주민들이 함께했다"면서 "마을의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볼 수 있고, 풍요롭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길 원하는 주민들이 커다란 마음이 모인 것 같다. 십시일반으로 지역아동센터 설립을 돕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원탁회의에 참석한 주민 A씨는 "학교와 가정 사이에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 결혼과 출산 문제에 대한 고민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B씨도 "홍동에는 지역 아동센터를 이끌어갈 인프라(공동체와 사람들)가 풍부하다. 아직 지역아동센터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다른 마을의 지역아동센터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홍동 지역아동센터는 초기 2년 동안은 19인 이하, 3년 차부터는 30인 이상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3년 차부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동안은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 센터장은 "인건비를 포함해 2년 동안 2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매월 1만원 씩 2년간 기부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모금을 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십시일반으로 2년간 자체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아동센터의 장점은 아이들을 지속적로 살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아이를 좀 더 깊이 있게 돌볼 수 있다. (육안으로 아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거나,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도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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