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은퇴 이후가 걱정이라면 TDF를 주목하세요
은퇴주기 따라 자산비중 자동으로 조절
증시 부진 속에 고금리 장기화와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 여파 등 시장의 변동성까지 커져 주식 투자가 여의찮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에 은퇴 이후 생계가 막막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개별 상품을 공부해 투자 방향을 설정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분산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주목받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8조496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8조1805억원보다 3155억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내에서 TDF는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각 대형 운용사의 상품이 출시되며 관련 시장이 해마다 급성장했다. 2016년 700억원대이던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원대로 커졌고, 지난해 8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7월 시행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사전지정운용제도)로 TDF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미리 지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TDF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도 디폴트옵션의 영향이 컸다.
TDF는 국내외 채권과 주식,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면서 은퇴 주기에 따라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운용한다. 통계청의 '한국인의 소득 생애주기'를 보면 평균적으로 출생 이후 적자를 보이다가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27세부터 흑자가 났고, 은퇴 시기인 61세부터 다시 적자로 바뀌었다. TDF는 은퇴 연령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비중이 줄어들고 안전자산의 비중이 늘어나는 구조다. 가입자는 자신에게 맞는 TDF를 고르기 위해 은퇴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 TDF 상품 뒤에 붙은 숫자인 '빈티지'는 은퇴 목표시점(Taget Date)을 의미한다. 1990년생 직장인이 55세에 은퇴할 계획이라면, 은퇴 시점은 2045년이 되므로 TDF2045를 고르는 식이다. 현재 국내엔 TDF2060까지 출시됐다.
최근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 TDF 상품은 안정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통해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TDF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TDF(운용규모 총 3조8028원)는 최근 1년, 3년간 각각 5.13%, 10.1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기서 2050 빈티지의 수익률이 같은 기간 12.57%로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는 출시 1주년을 맞은 지난달 총 수익률 9.74%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환노출된 미국 성장주와 국내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상대적으로 저비용 투자수단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해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과 TDF 운용에서 협업하는 한화자산운용의 한화LifePlusTDF는 지난 1년간 수익률이 9.75%였다. 한화운용은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생애주기 자산배분곡선)를 활용하는 다른 운용사들과 달리 JP모건과 자산배분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제프리 왕 JP모건 투자부문 스페셜리스트는 "주식과 채권에 각각 60대 40의 비율로 투자하는 '60·40 포트폴리오'가 내년 연간 수익률이 7%에 달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97%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10년간 2.9%의 금리를 가정하고 현금만을 보유했을 때 예상되는 수익률인 33%보다 높은 수치다.
연금저축 계좌나 IRP 계좌 내에서 TDF에 투자해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도 있다. 연간 총급여 5500만원(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16.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이보다 소득이 높으면 13.2%가 적용된다. 올해부턴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가 기존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IRP는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통상 퇴직연금보다 연금저축으로 가입할 때 수수료가 약간 저렴할 수 있다"며 "TDF는 직접 투자할 시간이 적은 직장인에게 유리한 연금계좌 상품으로, 당장 쓸 돈이 아니라면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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