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스타' 신민혁, 대표팀서도 비밀병기 될까
[양형석 기자]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가 지난 13일 LG 트윈스의 통합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었던 1994년 두 번째 우승 이후 무려 28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LG는 염경엽 감독 부임 첫 번째 시즌이었던 올해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kt 위즈를 4승1패로 꺾고 명실상부한 2023년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완전무결한 'V3' 달성이었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LG 세 번째 통합우승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다음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바로 아시아 야구를 대표하는 네 나라의 젊은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아시아 프로야구 베이스볼 챔피언십(APBC)이 오는 16일부터 시작된다. 2017년 1회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이 참가했던 APBC는 코로나19 여파로 6년 만에 열리는 2회 대회에서 호주가 가세하면서 참가국이 4개로 늘어났다.
▲ 지난 11월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 NC 다이노스와 kt wiz의 경기. 5회말 NC 선발투수 신민혁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
ⓒ 연합뉴스 |
NC 입단 선수 중 최초로 규정이닝 채운 투수
국제대회에서는 기존에 선발된 선수들이 부상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하게 대회시작을 앞두고 엔트리를 교체할 때가 있다. 물론 추가로 선발된 선수들은 대회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때가 많지만 때로는 대타로 선발된 선수가 깜짝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구세주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종목의 교체 선수였던 윤석민이 대표적이다.
2008 시즌 윤석민은 프로 4년 차를 맞아 KIA 타이거즈의 우완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었지만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는 아쉽게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 발표 후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2년 차 불펜투수 임태훈이 부진에 빠졌고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개막을 3일 앞둔 시점에서 엔트리를 윤석민으로 교체했다. 윤석민이 선발될 때까지도 '경험'을 이유로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손민한을 선발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석민 선발은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대표팀의 불펜투수로 5경기에 등판한 윤석민은 7.2이닝을 소화하며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2.35의 성적으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대표팀의 여정 중 고비로 꼽혔던 미국전과 일본전에서 승리투수가 됐고 일본과의 4강전에서도 한국의 은메달 확보를 결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졌다.
야탑고 출신의 우완 신민혁은 2라운드 상위 지명을 받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5순위(전체 49순위) 지명을 받고 NC에 입단했다. 고교시절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신민혁은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2019년에도 1군 등판 없이 퓨처스리그에서 7승5패2홀드3.99의 성적을 남겼다. 전형적인 5라운드 출신 유망주의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성장속도였다.
NC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0년 1군에 데뷔해 2승을 올린 신민혁은 2021년 구창모의 부상공백과 송명기의 부진을 틈 타 NC의 붙박이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30경기에서 145이닝을 던지며 규정이닝을 채운 신민혁은 9승6패4.41의 준수한 성적으로 NC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NC의 드래프트를 받고 입단한 투수 중에서 NC 유니폼을 입고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구단 창단 후 신민혁이 처음이었다.
가을야구 대활약 속 APBC 대표팀 추가선발
하지만 금방이라도 NC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할 거 같았던 신민혁의 성장속도는 NC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 시즌 4승9패4.56으로 주춤했던 신민혁은 올해도 29경기에서 122이닝을 던졌지만 5승5패로 성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군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3.98)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올 시즌 신민혁이 거둔 수확이었다. 하지만 신민혁은 가을야구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대폭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낙점된 신민혁은 5.2이닝4피안타1사사구 무실점 호투로 SSG의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신민혁은 10월 31일 kt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6.1이닝1피안타1사사구2탈삼진 무실점의 '인생투'를 선보이며 생애 첫 가을야구 승리투수가 됐다. 자신의 첫 가을야구에서 16.1이닝2실점(평균자책점1.10)을 기록한 신민혁은 LG,kt 선수들의 대체멤버로 APBC대표팀에 선발됐다.
사실 이번 대표팀에서 선발진은 1회 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의 영웅이었던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비롯해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과 곽빈,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한 손가락 물집으로 아쉽게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이의리(KIA)도 있다. 대표팀에서는 어떤 보직을 맡을지 알 수 없지만 좌완 오원석(SSG)과 최승용(두산)도 소속팀에서는 주로 선발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한국이 결승에 진출한다고 해도 결승까지 총 4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한국은 문동주와 원태인, 곽빈, 이의리까지 4명의 선발투수가 한 경기씩 책임지면 이번 대회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모든 경기에서 5~6이닝 이상 책임진다는 보장도 없고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한 단기전인 만큼 빠른 타이밍에 승부를 걸어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신민혁이 마운드에서 힘을 보탤 기회가 충분히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표팀의 주력 투수들은 짧게는 보름 이상, 길게는 한 달 정도 실전공백이 있는 반면에 신민혁은 지난 5일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마운드에 올라 대표팀의 그 어떤 투수보다 실전 감각이 살아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신민혁이 어떤 보직으로 활약하게 될지는 전적으로 류중일 감독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러 젊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신민혁에게도 이번 APBC의 경험은 앞으로의 선수생활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당황케 한 미국 기자 "그게 바로 기자가 하는 일"
- 택배 배송 힘들어도... 아파트에 관한 생각이 변했다
- "마약 기사에 사형 댓글, 이러면 망한다" 현직의사가 경고한 이유
- 박민이 하지 못한 '상식적인' 대답... 그 모욕적인 결과
- '2028 대입 개편안' 발표에... 웃고 있는 세력 있다
- AI 안전회의에 생긴 일... 일론 머스크와 조 바이든의 다른 선택
- 20대 청년이던 아빠가 50대 중반에 우승을 보기까지
- 윤 대통령, '적대적 언론관'은 변하지 않았다
- 민주당, R&D예산 일부 복원... 국힘 반발하며 퇴장
- '서울의 봄' 감독이 전두환 역에 황정민을 캐스팅한 까닭